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  

  •  

  • 잠이 안오는 봄 밤에...                        청초  이용분             

    봄이라서 그런지 피곤하여 초저녁잠을 잔 날은 꼭 한밤중에 일어나
    나 홀로 마음의 방황을 한다. 봄비마저 추적추적 오는 밤, 모두들 깊이
    잠든 속 나 혼자만 깨어 있어서 느끼는 고적감이란...
    스텐드 불을 켜고 엎드려서 머리맡에 놓인 여러 종류의 책 중에서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서 보고 싶은 책을 뽑아 펴 놓고 마음을 다스려도 본다,

      물을 마시러 가서 내다보이는 부엌 뒤 창문을 통해 밤새도록 빨간 불이
    켜졌다 파란 불이 켜졌다 명멸(明滅)을 거듭하는 큰 행길가 신호등을
    바라보면서 잠 못 이루는 내 마음의 영혼도 저러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나뭇잎이 무성한 여름날에는 보이지 않지만 낙엽이 우수수 진 가을부터
    엄동설한 추운 겨울에도 홀로이 떠는 듯 살아 있는 신호등, 잎이 무성 하기 전
    초여름까지는 밤중에 일어나 보면 언제나 이 불을 볼 수 있어 외로운
    내 마음에 한 가닥 위안을 준다.

     그 신호에 맞추어 출발하고 정지하는 차들의 빨간 후미등을 보면
     이 밤중에 저 사람들은 잠도 안 자고 어디를 저렇게들 가는 것일까?
     나처럼 잠이 안 와서 차를 타고 어디론가 방황하는 사람들은 아닐까?

    예전에는 그 저녁잠을 자 버리면 그만 그날 하루가 끝나 버리는 게 아까워서 눈을 버티고 하품을 연거푸 하면서도 나는 잠자기를 거부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잠을 푹 자야 두뇌의 세포가 새롭게 생성도 되고 활동도 활발하게 된다는 게 과학적으로 규명됐다고 한다.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려 불을 끈 채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다가 할 수 없이 일어나 나만의 세계 컴퓨터 앞에 앉아 본다.

     

      젊은 날 한때는 남편이 낚시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낚시인 동호회 차를 타고
    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첫 시내버스를 타고 영등포역에 나간다. 새벽 첫 통근

    기차를 타고 평택 쪽으로 낚시를 가려면 새벽 세시쯤부터 일어나서 한참 깊은

    잠에 들었다가 미처 잠도 덜 깬 막내를 흔들어 깨워서 셋이서 콤비가 되어서

    매주 일요일이면 낚시를 떠나곤 했었다. 이 붕어란 놈들이 새벽녘에 제일 먹이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새벽 첫 기차를 타고 가야만 했었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보니 낚시에 대한 흥미도 반감되고 기력도 쇠하여 자가용을
    안 타고는 가볼 염도 못 가지게 되었다. 지방 대학에 근무하는 막내아들이 어느
    저수지가 고기가 잘 잡히는지 어떤지를 그 지방 저수지에 매번 사전 답사를 해
    두곤 한다. 


    혹여 그러다 낚시 삼매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을 하면
    "어머니 염려 마세요. 제가 어린아이입니까? 그까짓 것에 빠지게...^^"
    하면서 내 걱정을 덜어 준다. 봄여름이면 때때로 우리를 제 차에 태우고 낚시를
    가게 되면 다시 옛 시절로 돌아 간 듯 한껏 즐거운 마음이 된다.

      아들아이가 자기 차에 태우고 끌고 가는 대로 붕어가 안 잡히면 기동성 있게
    다른 저수지로 이리저리 팔도강산 유람하듯 끌려다닌다. 이도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일이라 그렇지 큰 아들아이는 낚시를 싫어한다.
    가족 나들이를 핑계 삼아 억지로 끌고 데려가면 낚시터에 가서 기껏 라면을
    끓이면 끓였지 고기 잡는 취미는 영 없다.

      집의 어항에 키우는 금붕어를 쳐다보고 있자면 새벽에 먹이를 줄 때 제일 잘
    먹는다. 겨울이 되면 꼼짝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서 움직이기를 덜한다.
    그런 때 금붕어는 사람이 건드려야만 마지못해 도망가듯 몸을 움직인다.
    그걸 보고 낚시터 붕어가 새벽에 잘 잡히는 이유 내지는 겨울에 낚시가 잘 안
    되는 연유를 터득하게 됐다.

      봄이 왔다지만 수온이 차면 아직 붕어 낚시는 물 건너 간 일이 된다. 어서
    따뜻한 봄날이 와서 저수지의 수온이 높아진 어느 하루 주변 경관도 감상하고
    상쾌한 공기도 마시며 맛있는 도시락도 가족과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즐거운
    낚시를 가볼 날이 와 주기를 기대해 본다.

    어서 꿈길에서 가족들과의 낚시에서 월척을 낚는 꿈이라도 꿔 볼까나...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857 수필)** 우리 모두 이웃에게 조금만 더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이용분 2022.06.28 51
6856 막걸리는 유익균 덩어리다. 이용분 2022.06.26 52
6855 온갖 새들의 향연장에 초대합니다. 이용분 2022.06.26 25
6854 수필)세월이 지나면 잊혀지는 세상사 !! 이용분 2022.06.25 67
6853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모윤숙시) 6.25동란(動亂) 발발 일(日)에 즈음하여... 이용분 2022.06.25 35
6852 수필)비 속에서의 행복 . 이용분 2022.06.24 55
6851 수필)까딱 잘못하다가는 퇴물 되기 십상 이용분 2022.06.20 33
6850 수필) 쌀을 사오던 날 이용분 2022.06.15 165
6849 -아기 호랑이 남매와 대리모 강아지 영상- 이용분 2022.06.14 28
6848 수필)유월의 이야기 이용분 2022.06.10 164
6847 一笑一少一怒一老 이용분 2022.06.07 31
6846 수필)접시 꽃 필 무렵... 이용분 2022.06.07 123
6845 '그래도(島)'라는 섬을 아시나요? 이용분 2022.06.06 25
6844 수필)사람이 살아가는데 제일 소중한게 무엇인지? 이용분 2022.06.04 81
» 수필)잠이 안오는 봄 밤에... 이용분 2022.06.04 107
6842 카톡방이야기 Revival 107 '케네디 대통령의 군입대 비사' 이용분 2022.06.02 88
6841 수필)제주 앞바다 돌고래 이야기​ 이용분 2022.06.01 81
6840 수필) 내손에 풀각시 인형 만들어 쥐어 주던 손길... 이용분 2022.05.30 64
6839 수필)양란 꽃을 사러 모란장에 가 보다. 이용분 2022.05.20 205
6838 [百歲 時代의 얼굴] 이용분 2022.05.19 26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358 Next
/ 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