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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담구기가 고전속의 기술로 들어가기전에 ...청초    이용분

아침부터 부엌 창문을 통해 내다본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아 마치 김장철
같은 기분이 들기에 다시 앞 발코니로 와서 내려다보니 주차장과 큰길로
나가는 길이 번질번질 밤새 비가 내린 모양이다.

늦여름이면 마늘을 사는 것도 한일이지만 가을에 고추 사는 일도 아주 신경
쓰이는 일이다. 어떤 걸 사야 잘 마르고 달고 적당히 맵고 가죽도 두꺼워
가루도 많이 나오고,,,

아파트 골목 한편에서 모녀인 듯한 삼십대 주부와 육십대 어머니가 큰
비닐봉지에 담긴 마른 고추를 펴놓고 막 고추 꼭지를 따기 시작하는
한편 어머니는 초록색 마른 타월을 들고 고추를 닦고 있다.

마침 그 앞을 지나가다 그 광경을 보게된 나는
"에그, 물수건으로 닦아야지 마른 걸로 닦으면 닦으나 마나 이지요"
"보기에는 아주 깨끗한데 안 닦아도 될 것 같은데요^^.젊은이의 말.
"보기에는 깨끗해도 농약을 잔뜩 쳐서 물수건으로 닦아야지 안돼요"

"농부들이 자기네 먹는 것은 농약을 않치고 파는건 잔뜩 치고 그런데요."
"아니 농약을 안치면 아예 고추 농사를 질수가 없대요"
"물행주로 닦으면 고추가 젖어서 어떻게 해요 ?"

"그래서 방 하나에 불을 넣고 펴서 한 이틀 잘 말려야지요."
그래서 방앗간에 가서 빻고 ....
생각하면 골머리가 아픈 이야기다.

나는 매해 모란 시장에 가서 한 손에는 식혜음료를 사들고 고추를 맛을 보면서
혀가 너무 매우면 식혜를 마시고...^^ (단 것을 마시면 매운 맛이 사라진다.)
온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면 잠시의 이런 고생쯤이야 감내 할수 있잖을까 !!

추석 직전이나 직후에 사되 너무 이르게 사면 묵은 고추를 사기 쉽고 양지에
잘 말렸나 달고 적당히 매운가.두께가 두껍고 씨도 조금 들어야 가루가 많이
나오는데...(혹시 이글이 젊은 사람에게 참고가 될까봐서 자세히 쓰고 있다.)

그간  제법 김치 담기로 잘 알려진 식품회사에서 담근 김치를 이제는
급할때에는 사먹어도 되는 식품으로 자리 잡아서 주부들이 김치 담구기에서
해방이 되는듯 했다.그러나 집에서 담그는 단가보다는 월등히 비싸서 노상
사먹기에는 나 부터도 망설여 지기도 한다.

물밀 듯이 밀려 들어와 한국산 김치 시장을 교란시키던 상대적으로 싼 중국산
김치에 각종 기생충 알과 납성분이 잔뜩 들었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온 후
그 김치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 세대와는 달리 식품 산업이 발달하여 요즈음 주부들이 이제 김장
담그고 장을 담는 부담으로부터 해방이 되어 편해 졌나보다 내심
부러워했더니 이런 복병이 숨어 들어 온것이다.

하기야 국산이라고 내가 집에서 하듯이 고추를 하나하나 닦고 여름부터
마늘을 사서 저장하여 손수 까서 김장을 담그는 김치에 비교가 될까 ?..

중국산 배추와 김치에 밀려서 별볼일 없는 농사로 전락할 뻔한 배추농사가
농부들이 꾸부러진 허리를 펴주고 T.V 에서는 그간 한산하기만 했던 국산
젓갈 시장이 찾아오는 사람들로 갑자기 활기가 되살아남을 보여준다.
  
이제 세계인이 훌륭한 식품으로 원더풀을 연발 하면서 막 알아주기 시작한
김치 담그기가 몇 사람의 기술자만이 만들수 있는 고전 속의 음식으로 들어
가기 전 김치 담그기가  너도나도 우리 며느리와 딸 사이에서도 다시 되살아
날 모양이니 어떤 의미에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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