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30324_123336.jpg

 

뜻 깊은 한마디  말                               청초 이 용분

 

전철에 오르자 나는 경로석 출입구쪽 한 자리가 마침 비어 있어서 앉아 가게 되었다.

쇠기둥 바로 옆 입구쪽 차 바닥에 한 젊은이가 자기 집 아랫목 처럼 털썩 주저 앉아서 

영어 단어인지 영어 문장을 깨알같이 쓴 종이를 들고 드려다 보고 있었다.

 

자리가 났는데도 한 정거장만 가면 내린다며 자리를 양보한 육십줄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어르신이 그때 부터 누군가를 보고 댓쪽 처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준엄하게 나무라기

시작하였다. 나는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했다.

그런데 그의 시선을 따라 가 보니  바로 내쪽 아래 차바닥에 앉은 그 젊은이를 향한 것임을

이내 알아 차릴 수 있었다. 나는 순간  젊은이가 장애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왜 하필이면 출입구 바로 앞에 앉아서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데 거치적 거리느냐고

나무라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한참 듣고 있던 나는 비로써 그의 참 말뜻을 알아 듣게 되었다.

“왜 땅바닥에 앉아서 그러고 가냐 ?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젊은 사람이 두 발로 끗꿋하게

서서 버텨야지 쉽다고 앉아 버릇하면 노상 그렇게 땅바닥에 주저 앉게 될 것이야. 내 말귀를

못 알아 듣겠니?“

나도 처음에는 쉽게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그는 말을 계속했다.

 

“미국인이나 외국인들을 보아라. 어느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땅에 주저앉아서 뭉그적 거리나.

아무도 그렇게 하지를 않아. 어서 벌떡 일어 나 두발로 버티고 서라. 잘못하면 네 운명이

그렇게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릴까봐 실로 걱정이 된다 이 말이다.“ 

순간적인 일이었으나 그 시간은 꽤 길게 느껴졌다. 말을 마치자 그는 어느 새 다음 역에서

내려 버렸다.

그 젊은이는 벌떡 일어나서 빈자리가 난 곳으로 얼른 찾아가 앉아서 여전히 그 노트를 드려다

보고 있었다.

원래 어른들이라면 지나가다가도 아이들이 잘못 그르치는 일들이 보이면 일깨워 주어야 되고 ...

저렇게 쓴 소리도 기탄 없이 해 줘야 되는 건데...

 

글쎄, 요새 세상에 어느 누가 제 자식도 아닌 알지도 못하는 젊은이를 향해 이런 뼈가 있고

깊은 뜻이 담긴 말을 한마디인들 던질까...

요즈음에 와서 누가 보던 말던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행동하며 편한걸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대한 우국충정 같은  충언이 아니었을까...

너무나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세상으로 변해 버린 세상에 한줄기 햇빛을 본 듯 마음이 후련하다.

나는 한 동안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17 티코 이야기 1 이용분 2023.11.20 40
7016 수필)하얀털이 달린 씨앗들을 휘날리면서... 이용분 2023.11.16 24
7015 질화로/양주동 이용분 2023.11.16 26
7014 수필을 쓰며 얻는 깨달음 / 정목일 이용분 2023.11.14 28
7013 수필)높은 곳에 남겨진 까치밥에 온갖 새들이... 이용분 2023.11.12 31
7012 시)깊어만 가는 가을 날 이용분 2023.11.11 30
7011 수필)어느 모란 장날 이용분 2023.11.01 73
7010 다섯 줄짜리 인생교훈 이용분 2023.10.30 77
7009 수필)이제 가을을 알리는 이름 모를 풀 벌래 소리와 ... 이용분 2023.10.26 74
7008 80세란 나이는 더이상 노인이 아니다. 이용분 2023.10.22 83
7007 시) 초가을 숲길따라... 이용분 2023.10.10 71
7006 수필) 나의 어린시절의 소원 이용분 2023.10.09 59
7005 시)가을과 맨드라미 꽃 이용분 2023.10.07 41
7004 시)깊어만 가는 가을 날. 이용분 2023.10.02 41
7003 음악회 초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자녀는 부모의 꿈이고 장래의 희망입니다 1 이용분 2023.10.01 43
7002 수필) 아이들과 함께 송편을 빚던 추석 이용분 2023.09.28 37
7001 ☆ 새로운 용어를 공부합시다 ☆ 이용분 2023.09.22 37
7000 수필)모란장날(6) 이용분 2023.09.19 48
» 수필)뜻 깊은 한마디 말 이용분 2023.09.05 47
6998 수필) 낭만의 이태리 여행(나에게 가장 강열한 인상을 남긴 나라....이태리) 이용분 2023.08.03 73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8 Next
/ 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