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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송편을 빚던 추석 청초 이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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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날씨가 쾌청이라 이제는 드디어 날씨가 개이려는가 했는데도 밤새 어디서 그렇게 많은 구름이 몰려 왔는지 또 아침부터 날씨는 흐리다.올해 처럼 궂은 날의 연속인 날씨 에도 새빨갛게익어서 말린 햇고추며 빨갛게 잘익은 싱싱한 햇 사과와 샛노랗고 맑안 빛으로 맛갈스럽게 익은 배들이 상가에 그득히 쌓여 있다.우리가 빗속에서 우왕좌왕하고있 는 사이에도 세월은 흘러 다시 올 추석이 내일모래로 다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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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마음이 어수선하고 바쁘다.고추값은 작년수준, 다른 농산물 값이 많이 비싸진것 같다.갑자기 파한단 값이 이천원은 더 붙었다.이제 주부들의 허리가 좀 더 휘어지게 생겼다.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에는 한달전쯤부터 어머님께 서 추석빔을 만드느라고 바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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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분홍색 갑사천이었던것 같은 저고리감을 마름질 하고 무릎 위에올려 놓는다. 실눈을하고 가느다란 실을 바늘귀에 끼고 화로 에 인두를 꽂고 저고리의 앞섶을 달고 깃도 단다.추석빔을 만들고 계신다.그 머리맡에 앉아서 턱을 괘고 마른침을 삼 키면서 내옷이 예쁘게 잘 만들어져야 할텐데하고 생각했다. 머지않아 닥쳐 올 추석에 대한 기대와 즐거움으로 공연히 작은 가슴을 두근거리던 옛날 일이 마치 엊그제 일처럼 내 눈 앞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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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머님은 이미오래전에 고인이되 셔서 그 그림자만이라도 뵙고 싶어도 이세상 어느곳에서도 뵐수가 없으니 더 더욱 그시절이 그리웁기만 하다.나는 결 혼을 하여 세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었다. 언제나 추석 때 면은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비싸지 않더라도 새로 추석빔들 을 사서 새 옷을 입혀놓고 이리와 보아라 저리 가보아라하
면서 처다 보며 즐거워 했던 일들.요즈음에는 유난히 고운 색상의 아동 한복들이 흔하게 나와서 쉽게 빨고 털어서 입 히면 된다. 그리 비싸지도 않아 웬만하면 다들 마련해입히 는것 같다. 그 시절에는 그리 흔하지도않고 유행하지도 않 았다. 모두 살기도힘들고 지금처럼 민족의식이 고양되지를 않았다. 그래도 세아이 모두에게 이런 때때옷 한번 해입혀 보지못하고 보내 버린 세월에 이젠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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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전날 방앗간에 가서 쌀을 곱게 빻아서 준비해 놓은 쌀 가루를 조그만 양푼에 담아 놓고 끓는 물을 부어서 익반죽 을 한다. 아이들과 삥 둘러 앉아서 제가끔 좀 빚어 보라고 하면 도깨비 얼굴 처럼 뿔과 코를 삐죽하게 붙여서 빚기도 하고 병아리도 만들고 물고기도 만들고..일을 돕는게 아니
고 장난이 반인 아이들...밥상위에 제 가끔 늘어 놓고보면 마치 작은 작품전시회처럼 대견스럽고 쿡쿡 즐겁고 우습기 도 하고,가까운 산에 가서 솔잎을 미리 따다 꼭 준비해 두 거나, 조금을 사서라도 송편 사이에 골고루 펼쳐넣고 찌면 솔잎 향기가 솔솔나게 해서 운치있게 먹곤 했다.이런 멋스 러움도 이제는 즐기기 어렵게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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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나무의 방제를 위해 뿌린 맹독성 솔잎흑파리 약을 나무에 주사를 놓기도 하 고 뿌리기도 해서 인체에 해롭다는 방송 뉴스가 났기 때문 이다.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세태속에 떡보다 더 맛있는 피자나 케익이 흔해져버렸다. 예전처럼 송편 시루떡 말고는 간식거리가 전혀 없는 그런 시절도 아니다.이제는 어른이 되어 버린 나의 아이들이 바쁘다는 구실로 그들의 어린아 이들과 더불어 송편을 빚어 보기나 할런지 궁금하다.날이 궂으니 둥그런 한가위 보름달을 보게나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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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8 12:27
수필) 아이들과 함께 송편을 빚던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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