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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비루(beer)                           이 승 신


4년 전 이야기이니 정확히 최근은 아니지만 내게는 어제 일처럼 새롭다.
한 여름 촬영하기 위해 네팔의 도라카 는 곳에 열흘을 머물게 되었다.
해발 1500 미터로 전기 수도 가스 같은 현대 문명이란 일체 없는 곳이다.

4500명의 인구로 자동차도 도로도 없는 상황이 세계 수준에 못 미친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다. 여행자 눈에는 인류의 이상향인 듯한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에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삶이 있을까 싶다.

젊은이 특히 아이들은 그 마을을 벗어나 전기와 차가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 무리는 아닌 게 나만 해도 차 없이 무거운 장비를 들고 등산을 해야만 했다.
15명이나 포터를 고용해 장비와 식품으로 짐을 줄여야 해 맨 먼저 포기해야 하는 것이 비루였다.

무엇보다 무거웠고 알코올이라면 위스키 쪽이 훨씬 효율적이다.
비지땀을 흘리며 촬영이 끝난 어느 날, 눈앞에 시내가 잔잔히 흐르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아 여기 차가운 비루 하나만 있다면” 그 말을 통역을 통해 들은 체토리라는 마을 소년이 눈을 반짝였다.
“내가 가지고 올 수 있어요” “어디 가서?” 어른 걸음으로 두 시간이 걸리는 챠리콧토 라고 했다.
“해지기 전 돌아올 수 있어요” ​
8시쯤 그가 5병을 들고 나타나 우리 모두는 박수로 그를 맞았다.

다음 날 촬영하는데 소년이
“오늘은 비루 필요 없나요? 오늘 토요일은 수업이 없고 내일도 휴일이어 많이 사올 수 있는데요”
어제 맛본 생각도 나고 해서 한 타스 살 돈 이상을 그에게 주었다.

그런데 밤이 되어도 소식이 없다.
사고는 아닐까.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큰돈을 주었으면 도망 간 거라고 입을 모았다.
15세의 체토리는 집을 떠나 산을 하나 넘은 곳에 하숙하며 학교를 다닌다.

거기를 촬영하며 보고 들어 어려운 사정은 잘 알고 있다,

짚으로 된 침구만이 있는 작은 토방에서 다미아와 지라 라고 하는 향신료를 고추와 돌 사이에 넣고 갈아 야채와 끓이는 일종의 카레를 밥에 얹어 먹으며
작은 램프 하나 있는 어두운 방에서 엎드려 공부를 했다.

그 체토리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토·일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어도 무소식이다.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에게 의논을 하니 “걱정 말아요. 사고 같은 건 아니니. 그런 큰돈이라면 도망 간 겁니다.”
후회막심이었다. 그저 단순한 생각으로 네팔 아이에게는 큰돈을 건넨 것이다.
착한 아이의 일생을 그렇게 망친 것이다. 그래도 혹 사고는 아닐까.

안절부절 한지 사흘째, 숙소의 문을 누가 세게 두들긴다. 최악의 흉보는 아닐까 하며 문을 여니 거기에 체토리 군이 서 있었다.
흙투성이었다. 챠리콧토에 비루가 3병 밖에 없어 산을 네 개를 넘었다고 했다.
모두 10병을 구했는데 3병이 그만 깨져버려 울상이 되어 그 파편을 꺼내며 잔돈을 내 놓는다.
그의 어깨를 안으며 나는 울었다.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다.
그렇게 깊이 여러번 반성을 해 본 적도 없다.

2015년 5월.

<시인, 에세이스트/손호연 단가연구소/교토 체류 중/저서: "거꾸로 도는 시계", "치유와 깨우침" E대 영문학과, 조지타운 대학원 졸>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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