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노래 / 김용택

by 김 혁 posted Nov 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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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노래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 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 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롬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