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분명히 약

by 이용분 posted Jul 10, 202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위로는 분명히 약                                        청초  이용분

 

매달 모이는 동창친구들 모임에 가기 위해서 전철이 도착해서 내린 사람들이

계단을 올라오는 속을 헤치고 재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다.

그러면서 가까운 전철 칸에 좀 급하게 올라섰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순간 나도 모르게 그냥 차 바닥으로 꽈당,

마치 절에서 부처님 앞에 큰절을 하는 형국으로 앞으로 넘어졌다.

 

머리는 전철 스텐레스 기둥에 "꽝" 부딪히고 찬라 잠시 정신이 하나도 없다.

들고 가던 핸드백은 저만치 떨어져 버렸고...

그 순간 대여섯살쯤 된 남자아이를 데리고 근처 의자에 앉아 있던

어떤 아기엄마가 얼른 다가와서 나를 부추겨서 일으켜 준다.

그리고 내 핸드백도 집어다 주면서 "괜찮으세요 ?' 하고 걱정스러운 듯이 묻는다.

 

승객들이 놀라서 다들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들 있다.
 순간 나의 마음은 너무나 고맙고 낯선 곳에서 구제를 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난 시간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얼마나
긴 고통의 시간이었는지...

  다행히 그리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고 무릎뼈가 약간 아프다. 나이를 먹은
내가 넘어 진 것을 재미있어 할 사람도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자위도 한다.
그래서 주변에 누구든 갑짝스럽게 생각지 않은 일을 당한 사람일 경우 작은
위로에도 얼마나 큰 위안을 받게 되는지를 몸소 경험하였다.

  지난번 롤러스케이트 타던 어떤 어린이가 넘어졌을 때(위로는 약인가?)란 글을 투고

한적이 있었다. 그때 그 롤러스케이트 탄 어린이의 입장이 너무나잘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전철을 탈때 문턱이 그리 높은 것도 아니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내가 왜 넘어졌는지

전혀 상황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다. 비가 온다고 좀 오래 신어서 헐렁해진  헌 샌들을

신었는데 그 신의 뒷굼치가 문턱 걸렸나 보다.

  노안으로 눈이 나뻐진 후 안경을 쓰고도 몸의 컨디숀이 좋지 안을 때 땅의 높낮이가
잘 구분이 안 되는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래서 그랬나 ?


그때 무슨 딴 생각을 한 모양이다.
무슨 생각을 했었지 ?
결론은 단지 내가 이제 나이를 먹었구나...
이렇게 어이없이 넘어 지기도 하는 걸 보면, 하는 생각이 머리를 쳐든다.


  그래서 평소 아무 문제가 없는 평지일 지라도
이제 부터는 항상 세심하게 주의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항상 그저 아무 뜻 없이 노상 하는 인사성 말들...
차 조심하세요. 길 잘 건느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길 조심하세요.
등등의 말이 지닌 깊은 뜻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