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유리문 틈 새로 찾아 드는 가을 ...
앞 발코니에 놓인 여러 화분 중에 게발 선인장이 있다. 햇살이 잘 쬐여서 간장등 여러가지 장이 담긴 장단지가 쭉 놓인 옆에 애소하듯 파리한 이 화분에 우연히 눈이갔다. 잎이 얇고 마디마디가 게발처럼 생겼는데 정월달에 유난히 고은 분홍색 꽃이 예쁘게 피는 이 선인장의 가지가 더러는 말라붙기도 하여 성장이 시원찮다. 전에는 너무나 꽃도 잘 피고 무성하여서 또 다른 화분으로 나누어 심기를 했는데 작년 날씨가 이꽃하고 잘 맞지 않았는지 꽃도 덜피고 비실비실 모양새가 않좋다. 바쁠때는 무심하게 지나다가 어쩌다 이리 되어 있는 꽃들을 보노라면 마치 나에게 원망이라도 하는것 같이 보여서 마음이 아리다. 누군가가 화분의 꽃은 바로 그곳이 그 꽃의 묘지라고 말하는걸 들은적이 있다. 실제 사람이 물을 제때에 안주면 그냥 죽을 수밖에 도리가 없을것이다. 그래서 먼 해외 여행을 하거나 할때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어디 아들네 집에 갔다가도 물을 줄 날이면 어김없이 돌아 와야 되기도 한다. 어떤 환경분야 연구를 하는 분한테서 어느 발전소에서 만들었다는 재활용 생산 비료를 아들이 얻어다 주어서 화초들에게 준적이 있다. 처음 얻은 것이라 화초가 죽을까봐 망설이다 '몬스텔라'와 '마지안타'라는 관엽 식물에 이 비료를 실험적으로 조금 아주 조금 시비를 하였더니 정말 기적처럼 '몬스테라'의 잎이 어른팔 한아름 넓이로 크고 '마지안타'잎도 보통의 것보다 잎이 두배는 되게 크면서 윤이 반질반질 하다. 만약 먹는 식료 야채에게 주면 유전자 식물처럼 사람에게 해롭지 않을까 ? 우리가 보통 먹는 상추가 손바닥 두배로 커진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본다. 아마 먹기가 좀 꺼림직 할것같다. 사랑초에도 조금 주었더니 꽃나무들이 정말 일제히 모여서 아우성 소리라도 지르듯 잎도 성하고 꽃이 수도 없이 보통보다 크게 피어난다. 이 꽃은 원래 번식력이 너무 좋아서 어찌 옮겨 앉았는지 제라늄 꽃 화분에도 관음죽 화분에도 한두 뿌리는 꼭 붙어서 곁방살이를 해가면서 잘 자라고 꽃을 피운다. 마치 남양의 야자수 모양 멋지게 크는 피닉스 !! 처음 사올때에는 그리 크지를 않았는데 십년여 우리집 식구가 된 이래 무럭무럭 잘 자라나서 천정을 뚫고 올라 갈듯이 앞 발코니 온실을 환상적으로 만드는 장본이다. 아파트 이웃에서 씨를 뿌려서 키운 어린 앵초 묘를 얻었다. 생선이 담겼던 스트로볼 네모 상자에 거름 섞인 흙을 담고 아기 묘목를 하나 하나 정성스레 올겨 심었다. 이 꽃은 추운 한겨울 정 이월에 분홍색으로 화사하게 피어나니 한 겨울이라 벌이 없어 그렇지 정말 엄동설한 중에 피는 봄꽃이다. 이상한건 햇볕이 유리 한 겹을 통과해서 그런지 햇볕이 아주 잘 드는 앞 발코니인데도 절대 씨가 앉지를 않고 땅에서라야만 씨앗이 영근다. 몇번 시도 끝에 나온 결론이다. 가을이 가까워 오니 소사나무 분재가 차차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두꺼운 유리벽으로 아무리 찬바람을 막아 줘도 문 틈새로 찾아 드는 가을 내움을 맡고 스스로 노란색으로 가을 맞이 준비를 한다. 사람이 아무리 치장을 하고 좋은 보약을 먹고 해도 지름 길로 오는 늙음을 막지 못하듯이.... 그렇게 우리집 발코니에 까지 이번 가을은 친절하게도 찾아 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