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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7 01:16

깊어만 가는 가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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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만 가는 가을 날                          청초

 

아침부터 유리창에
비치는 햇살이
유난히
눈이 부시게
따사롭더니...

 

어디서 몰려 왔는지
앞집 처마 끝에 앉아서
때 만난 듯
짹 짹 짹
즐겁게 지저귀는
참새 떼들...

 

하늘은 유난히 드높고
코끝에 스치는
싸늘한 바람은
이제 가을이 깊어 짐을
알려주는듯  
귀뚜라미 소리 오간데 없네...

 

뜰 앞에 철 따라 피어난
구절초, 쑥부쟁이, 개여귀풀 꽃
아주 작은 가을 小菊 꽃들이
화려하지 않으면서
단아한 그들의
자태를 자랑하며
제가끔 피어 있는데...

 

때를 만난
벌, 호랑나비,
흰나비들
이꽃에서 저꽃으로
서로 시새움 하듯
한 겨울 양식
꿀 따 가기에 여념이 없네...

 

키가 큰 감나무에는
설익은 감들이
듬성듬성 잎이 떨어진
가지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어 밀고
언제쯤 제 시절이 찾아 오려나...
궁금들 해 하고...

 

잎이 누렇게 다 시들어버린
호박 넝쿨에는
늙어버린 둥그런 호박이
가을 햇볕 아래에서
황금색으로 익어서
더욱 풍요롭기만 하다...

 

물 행주질 깨끗이 하여
햇볕이 잘 드는
대문 앞쪽에 널어 말리는
새 빨간
햇고추가 담긴
큰 광주리 위로

우체부가 던져 주고 간
흰 편지 봉투 속에는
그 누가 보내준
반가운 소식이라도
들어 있으려나...

 

홀로히
먹이 사냥에 나선
한 마리 고추 잠자리

따사롭게 내려 쬐는
가을 햇볕 아래
가느다란 마른 나무가지 끝에서
조는 듯 노니는 듯
쉬며 날며
가을 날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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