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밀려가는 달력과 우리의 인생.

by 이용분 posted Jan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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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 밀려가는 달력과 우리의 인생.

우리 집에는 방마다 여러 종류의 제가끔 다른 달력이 걸려 있다나는 유난히 꽃을 좋아하다 보니 안방에는 해마다 주로 꽃 사진이 실린 달력을 건다.

 

숫자만 크게 쓰여 진 달력도 있고세 달을 연거 퍼 올려놓은 것도 있어서 미리 계획도 세워 볼수도 있고 지난달을 되짚어 보게도 되어 있어서 편리한 점도 있다.

 

세계 걸작 명화가 인쇄된 달력도 좋아하여 이는 주로 거실에 걸어 놓고 보게 되는데 옛날 유명한 서양화가가 그린 이 그림들은 그럴듯한 풍경화를 그린 것도 있지만 기다랗게 키가 쭈빗 하게 높은 곳 엉성한 가지에 잎들이 달린 균형이 전혀 안 잡힌 못 생긴 큰 나무들을 그린 시골풍경 그림도 왠일인지 정감이 더 가서 좋아 한다.

 

그 그림을 통해 화가가 그렸을 그 시절과 그곳에 같이 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도 있고 우리가 그 화가의 본고장에나 가야만 만날 수 있을 그 유명한 그림들을 쉽게 가까이 에서 볼 수 있으니 더 더욱 좋다.

 

한 장에 한 달만 올려 진 이런 달력이 제 을 다해 다음 장으로 넘어 가거나 뜯어 버리려면 아쉽기도 하여 곱게 뜯어서 잘 보관했다가 사진틀에 못 넣으면 하다못해 Pin up 이라도 해서 걸어 놓고 보고 싶어서 버리지 못하고 접어서 잘 두어 보지만 바쁜 일상에 묻혀 잘 보관해 두고는 그만 잊어버려 잘 안되기 일 수다.

 

꽃이 실린 달력은 예쁜 꽃이 앞쪽으로 보이게 해서 일어책 표지를 싸서 모서리가 닳도록 쓰다가 그 다음 달 달력이 마음에 들면 다시 바꾸어서 그 꽃 달력을 씌워서 보곤 하는데 그러다보면 항상 꽃그림을 입은 책을 보게 되어서 마음이 아주 흐뭇하다그 이외의 것은 싱크대 밑 칸의 바닥을 흰 쪽으로 해서 덮어 깔아서 쓰다가 더러워지면 바꾸면 되니까 편하기도 하고 아까움이 덜하다.

 

그런데 어떤 환경연합이라는 곳에서 만든 달력이 하나 있다. (지구환경을 생각해서 한 장으로 만들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치 옛날 족자처럼 위의 버팀목의 양쪽에 실을 끼워서 못에 걸게 되어있는 이 한 장 자리 달력에는 두 마리의 노랑 넓적 부리 저어새(Black-faced-spoonbill)가 어떤 섬 바위위에 서서 있는 단순한 한국적인 그림이 그려진 달력인데 내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달력이라는 생각을 접고 거실 한쪽 비어있는 벽에 그냥 걸어놓고 그 은근함을 즐겨 보아 오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벌써 10월이 며칠이나 지나가고 있으니 이제 이 달력의 수명도 두어 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연한 누런 광목 색 헌 겁으로 된 이 달력은 튼튼하여 헐어서 못쓰게 될 일은 없을 것 같고 저어새도 절대 영원히 날라서 도망가지도 않을 이 달력이 그만 세월에 떠 밀려서 좀 있으면 새 달력에게 자리를 내어 주어야 될 처지를 생각을 하니

아깝기도 하고 되돌려 볼래야 어떻게 돌이켜 질수 없는 마치 우리 인생사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2003년 10월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