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누구시기에 / 김설하 -
하늘 먼 곳 치렁치렁 쏟아지는 달빛
푸르게 빛을 내며 드문드문 돋아나는 별이
누군가 내 귓가에 속삭이는 언어가 됩니다
꽃처럼 화사한 향기가 묻어나고
눈발처럼 소복소복 그리움이 쌓일 것만 같은
낯선 이야기가 다가오는 기척
당신은 누구시기에 내게 옵니까
가는 바람 한줄기 목덜미를 간질이는
야릇한 설렘이 소롯이 밀려들어
외투 밖으로 가슴 뛰는 소리가 비어져 나옵니다
예정도 없이 찾아와서는 내 마음을 흔들어
앙상한 나뭇가지사이로 풀어지는 안개처럼
낯선 이야기가 내 가슴으로 번지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길을 걷는 동안에도
나직이 따라붙은 그림자와,
가만가만 걷는 발자국 소리와,
목을 두른 스카프에도 낯선 이야기가 묻어나서
부드러운 봄향기로 내 가슴에 파도치는
당신은 누구시기에 내게 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