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밖에 눈이 내리네 / 이채"-
눈이 오면 누군가 올 것만 같아
창 너머 먼 산 바라보면 내 지난날이 하얗게 흩날리네
정녕 내가 기다린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네
바로 나라는 사람이었네
아무도 찾아 주지 않는다고 쓸쓸할 것도
누가 불러 주지 않는다고 슬퍼할 것도
정녕 내가 바라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등불 하나였다네
나무와 나무 사이로 오가는 바람이 낮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눈 덮인 산 속에서 겨울 나무가 되어
그대마저 떠나고 보내야만 고요해질 수 있는가
나조차도 멀리 떠나고 보내야만 평온한 잠이 오는가
생명의 간절한 고동소리가 흰 눈발에 섞고 섞이며
뿌리 깊숙이 눈은 녹아내리고
파닥이는 숨결로 오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네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 산 속에서 벗어나
몽마르트 언덕의 보헤미안이 되기도 하지
그저 살아 있으므로 통속 하는 세월이여!
아직은 아무도 겨울 나무의 죽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나는 누구일까
누가 물어 온다면...
창밖에 눈이 내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