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에 참 아름다운 당신 / 이 채"-
봄부터 솔밭길 하나 내어 놓고
숲이 되어 버린
참 아름다운 당신의 고요는
여름새도 쉬어쉬어 머물다 가는 품
복잡한 내 심사도 갈래 갈래로 풀어내셨지요
그 솔밭길로 오라시며
꼭 그 길로 오라시며
가을에 기다리겠노라고
밤송이 같은 가슴 열어젖히고
어언 눈물로 익어 버린
참 아름다운 당신의 인내는
갈 곳 없는 바람도 쓸어 쓸어 안고
누구를 기다리는 찬란한 들녘이 되었나이까
당신이 못 견디게 추운 날
당신이 그토록 땀 흘리던 날
당신이 홀로 비를 맞던 날
햇살도
바람도
지붕도 되어 주지 못했나이다. 나는
이제 당신의 숲이 성숙하여
모두가,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가
가을에 참 아름다운 당신을 겸허히 바라봅니다
낙엽을 밟고 가는 걸음 앞에
눈물로 익은 당신의 열매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