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가을은 / 청원 이명희"-
숨이 찬 마루턱에서
서러운 나이테 몸속에 품고 서 있는 나무
정수리 노란 물감으로 물들여
한껏 멋을 부리고 서있는데
생이란 무엇일까 ?
시인이 쓰다 버린 낙서처럼
구겨져 버린 휴지 같은 것일까
산비탈을 구르는 타다 남은 불씨 같은 노을
빈 하늘을 서성거리는데
바람을 재운 들녘은
감탄사를 부려 놓은 그림처럼
낮게 엎드리고 있는데
낡은 시간의 한 부분
정겨운 빛깔을 입혀주고 싶어
어둠과 정적 속에 깊이 가라 앉아
종종걸음을 치는데
흔적 속에 갇혀진 수많은 순간들
우루루 쏟아져 나와
민첩함을 잃은 채
어슴푸레한 모습을 열어 보이는데
이제 풍경이 되어버린 존재들
덧창을 닫고 커튼을 내리면
꿈을 꿀 수 있을까?
나의 가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