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2 아플 땐 아프다고 신음도 하고 슬프면 눈물도 많이 흘리는 게 좋다고 벗들이 나에게 말해주지만 진정 소리 내는 것이 좋은 것인가
나는 나의 아픔과 슬픔에게 넌지시 물어보았지 그들은 내게 딱 부러지게 대답은 안했지만 침묵을 좋아하는 눈빛이기에 나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지 끝내 참기로 했지
병상일기 3 사람들이 무심코 주고받는 길 위에서의 이야기들 맛있다고 감탄하며 나누어 먹는 음식들 그들에겐 당연한데 나에겐 딴 세상 일 같네 누구누구를 만나고 어디어디를 가고 무엇무엇을 해야지 열심히 계획표를 짜는 모습도 낯설기만 하네 . . 아프고 나서 문득 낯설어진 세상에 새롭게 발을 들여놓고 마음을 넓히는 일이 사랑의 임무임을 다시 배우네 김점선에게
오늘은 나도 이상하게 기운이 없는데 '힘내!' 라고 말해줄래요? 언제우리 다시 만날 그날까지 그대가 좋아하는 맨드라미 꽃 열심히 그리며 기쁘게 지내세요 심심해 하지 말고 - "미치겠다!" 라고 말해서 나에게 야단맞은 것 늘 재미있어 했지요?
희망은 깨어 있네
나는 늘 작아서 힘이 없는데 믿음이 부족해서 두려운데 그래도 괜찮다고 당신은 내게 말하더군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희망이라고 내가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숨을 쉽니다 힘든 일 있어도 노래를 부릅니다 자면서도 깨어 있습니다
- 암투병생활 2년여 만에 집필한 시 100편을 모아 <희망은 깨어 있네>라는 책으로 발간되었다. 그는 "고통의 학교에서 새롭게 수련을 받은 학생"이라고 자처한다.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동요를 극복하고 세상과 사물, 인간을 좀 더 넓고 여유있게 대하는 법을 배웠다고, . .
시인이 말하는 희망이란 먼 미래에 있지도 않고, 먼 곳에 있지 않으며, 길을 걷고 ,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도하는 바로 <이곳 현재>에 있다고 . .
"아침에 잠이 깨어 옷을 입는 것은 희망을 입는 것이고, 살아서 신발을 다시 신는 것은 희망을 신는 것임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고 한다.
- 新刊 [희망은 깨어 있네] 中에서 발췌 / 畵: 김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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