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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10:58

송년 / 피천득

조회 수 1504 추천 수 2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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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 피천득
 
'또 한 해가 가는구나.' 
세월이 빨라서가 아니라 
인생이 유한하여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새색시가 김장 삼십 번만 담그면 
할머니가 되는 인생. 
우리가 언제까지나 살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은 그다지 
애석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세모의 정은 
늙어가는 사람이 더 느끼게 된다. 
남은 햇수가 적어질수록 
1년은 더 빠른 것이다. 
 
나는 반세기를 헛되이 보내었다. 
그것도 호탕하게 낭비하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일주일 일주일을 한해 한해를 
젖은 짚단을 태우듯 살았다. 
민족과 사회를 위하여 
보람 있는 일도 하지 못하고, 
불의와 부정에 항거하여 보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학구에 충실치도 못했다. 
가끔 한숨을 쉬면서 
뒷골목을 걸어오며 늙었다. 
 
시인 브라우닝이 ‘베네세라 선생’ 이란 
시에서 읊은 것과는 달리, 
나는 노경이 
인생의 정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아니한다. 
그렇다고 시인 예이츠와 같이 
사람이 늙으면 허수아비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은 사십부터'라는 말을 고쳐서
'인생은 사십까지'라고 하여 
어떤 여인의 가슴을 
아프게 한 일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은 사십부터도 아니요, 
사십까지도 아니다. 
어느 나이고 다 살만 하다. 
 
백발이 검은 머리만은 못하지만 
물을 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온아한 데가 있어 좋다. 
때로는 위풍과 품위가 있기까지도 하다. 
젊게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 
천하고 추한 것이다. 
 
젊어 열정에다 몸과 마음을 
태우는 것과 같이 좋은 게 있으리요마는, 
애욕 번뇌 실망에서 해탈되는 것도 
적지 않은 축복이다. 
기쁨과 슬픔을 많이 겪은 뒤에 
맑고 침착한 눈으로 인생을 
관조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여기에 회상이니 추억이니 하는 것을 
계산에 넣으면 늙음도 괜찮다. 
그리고 오래오래 살면서 
신문에서 가지가지의 신기하고 
해괴한 일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므로 나는 
'일입청산만사휴(一入靑山萬事休)'라는 
글귀를 싫어한다. 
 
"할아버지"하고 부르는 소리를 처음 듣고 
나는 가슴이 선뜻해졌다. 
그러나 금방 자연에 순응하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어려서 할아버지라는 
사람의 종류가 따로 있는 줄 알았었다. 
며칠 전 아이에게도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그랜드 올드 맨'이란 말이 있다. 
나는 노대가(老大家)는 못되더라도 
'졸리 올드 맨(好好翁)'이 되겠다. 
새해에는 잠을 못 자더라도 
커피를 마시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마시도록 노력하겠다. 
눈 오는 날, 비 오시는 날 
돌아다니기 위하여 털신을 사겠다. 
금년에 가려다가 못 간 
설악산도 가고 서귀포도 가고, 
내장산 단풍도 꼭 보러 가겠다. 
 
이웃에 사는 명호를 데려다가 
구슬치기를 하겠다. 
한 젊은 여인의 
애인이 되는 것만은 못 하더라도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되는 것도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도 
이야기하는 데 힘이 들지 않아 좋다. 
하기야 지금은 
젊은 여자에게 이야기하기도 편해졌다. 
설사 말이 탈선을 하더라도 
늙은이의 주책으로 돌릴 것이다. 
저편에서도 마음 놓고 
나를 사귈 수 있게 되었다. 
가령 "선생님 뵙고 싶은 때가 많습니다." 
하고 편지가 자유롭게 
우리 집 주소로 날아오기도 한다. 
 
올해가 간다 하더라도 
나는 그다지 슬퍼할 것은 없다. 
나의 주치의의 말에 의하면 
내 병은 자기와 술 한 잔 마시면 
금방 나을 것이라고 하니, 
그와 적조하게 지내지 않는 한 나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춘(早春) 같은 서영이가 시집갈 때까지 
몇 해 더 아빠의 마음을 푸르게 할 것이다. 
 
    ********************************************
    금아 피천득 프란치스코 선생님은
    2007년에 97세의 일기로 선종하셨으니
    살아 계시다면 이제 100세이십니다.
     
    다사다난했던 2009년을 보내며
    한 생을 정갈하고 우아하게 사셨던
    선생님의 글 한 편을 나눕니다.
     
    저무는 해 앞에서
    함께해 주셨던 모든 분들을
    감사의 마음으로 기억합니다.
     
    고맙습니다.
     
    시간은 바람처럼 흘렀지만
    사랑과 우정의 마음들은
    제 가슴의 대지에서
    푸른 나무로 함께할 것입니다.
     
    또 하나의 
    나이테가 더해지는 시간
    함께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성장하고 성숙하고
    믿음의 길을 즐기는 벗들을 주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 옮긴 글 -

        I Understand - 
        I understand just how you feel
        You know from me why just feel me
        It's over now but it was grand
        I understand
        I understand
        If you ever change your mind 
        come back to me
        and you will find we waiting
         there at your command
        I understand
        I understand
        I miss you so please believe me
         when I told you
        I just can't stand to see
         you go you know
        If you ever change your mind
         come back to me
        and you will find we waiting 
        there at your command
        I understand
        I understand
        I understand
         
        당신이 날 떠난다는걸 알아요.
        다 이해해요.
        하지만 당신의 마음이 변하면
        언제든지 제게 돌아오세요.
        
        이해해요 당신을
        이해해요 모든것을
        당신이 날 떠난다고 말했을땐
        난 서 있을수 없어요.
        
        하지만 당신의 마음이 변한다면
        언제든지 제게 돌아오세요.
        당신이 말했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께요.
        
        당신을 이해해요.
        이해해요 당신의 모든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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