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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1 16:37

늙음에 대한 예찬

조회 수 1751 추천 수 23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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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음에 대한 예찬 (정숙경 7회) 나는 참으로 나를 사랑하는 여자다. 한 번도 예쁘다는 말을 들어 본적도 없고, 내세우거나 자랑할것도없이, 아주 평범하게 살아오느라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내 존재의 귀함을 늙음 속에서 발견하며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청춘 예찬만큼이나 늙음의 아름다움을 예찬 하고 싶다. 자동차를 타고 편안히 大路를 달려 이곳까지 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크고 작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며 고생고생 찾아 온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도 이 대열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산을 넘으며 힘들고 물을 건너며 괴로웠던 어떤 날들이 있었기에 늙음이 주는 휴식의 편안함이 더 가슴속에 스며드는지도 모르겠다. 大路로만 大路로만 달려 왔다면, 산 속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풀꽃의 아주 작은 몸짓의 경의 로움이나, 냇물이 보내는 다양한 메시지에 귀 기울일 수 없었을 것이다. 한창 젊어 앞만 보고 달릴 때야 옆이나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무조건 달려야만 했다. 이기심이나 내 욕심이 욕심인 줄 몰랐으며, 내다리가 짧은 줄도 모르고 멀리 달리는 사람만 시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늙음의 포로가 된 이 시점에서야 이것 저것이 보이는 여러개의 눈을 달게 되었다. 나만 옳고 너는 그르다가 아니라, 네 입장에선 네가 옳다는 너그러움을, 예민하게 대립하는 갈등과 감정이 있어도 웬만하면 「통과, 통과」해 버리는 여유가 생겼다. 그 결과로 바보멍청이 같아도 마음의 편안함을 맛보는 것은 둔자(鈍者)가 되어버린 내 자신이다. 늙었다는 것, 더 늙어간다는 것은 이렇듯 넉넉함이며 포용이며 이해이니 인생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힘차게, 불끈 솟는 아침 해의 장엄함만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하루를 뜨겁게 밝히고 서산 너머로 천천히, 천천히 곱게 물들이며 사라지는 태양의 아름다움을 보았을 것이다. 고요와 평화가 깃든 그 아름다움...... 옷깃을 여미며 바라보게 되는 그 무엇이 있다. 늙음 속에는 젊은 날의 정열과 용기, 많은 좌절과 시행착오, 그리고 성취의 기쁨과 부끄러움이 용해되어 있어 젊음 못지않게 더없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런 늙음이 더 빛나기 위해서는 나도 모르게 두꺼워진 나이껍질을 과감하게 깰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쓸모없는 고집불통 늙은이 같은 존재가 아니라 손자들의 대화에도 기꺼이 낄 수 있고, 그들이 피곤하고 힘들때 마음놓고 기댈 수 있는 나무 그늘이 될수 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이제 파란 잎으로 무성했던 나무가 그 잎을 다 떨어뜨린 다음 홀가분한 몸으로 겨울을 준비하듯,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애착과 쓸 데 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을 훌훌 벗어 던지고 영원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행 준비를 해야 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리하여 “죽음이 내게로 가까이 오면 나는 호롱불을 들고 마중을 나가겠다" 는 타고르의 詩句처럼 그렇게 여유롭고 담담하게 죽음을 준비하며 늙음도 죽음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 내 마지막 소망일 뿐이다. ~~~~~~~~~~~~~~~~ 이 수필은 정숙경 동문이 50 주년 기념 행사때 낭독한 글을 내가 대신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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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건식 2005.04.21 23:20
    소정님 그리고 정숙경님

    지난 우리 동창회 때 정숙경님께 부탁을 한 것을

    소정님께서 아주 예쁘게 포장을 하여 저의 게시판에

    올려 주셔서 두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동창회 당시 정숙경님께서 글을 읽으시는 동안 문득

    저의 집사람에게도 그 좋은 글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여,

    정숙경님께 부탁을 했었습니다.

    오늘 마침 저의 집사람이 먼저 올려주신 글을 읽고

    제게 알려 주었습니다.

    다시 한번 정숙경님과 수정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03. 4. 21.

    秋汀 정건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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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숙19회 2005.04.28 08:02
    좋은 글이어서 저의 19회 사랑방에 올리고
    6회에도 올렸다고 보고드립니다.
    선배님들께 문안드립니다.
    인터넷이 우리들의 학교시절때 못해본
    놀이터 기능을 충실하게 됩니다.
    놀이터는 늘 북적대야 좋은대요.

    그래야 싸우기도 하고 시끌벅적한 것이
    노년의 적적한 것보다 사람사는 맛이 나는것 같애요.

서울사대부고 제7회 동창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