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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정치 시절

  12.12쿠데타가 일어나고 이듬해(1980년)에 주체실세인 전두환(全斗煥)이 國保委(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설치던 시절을 잊을 수가 없다.
  정통성이 없이 국권을 거머쥔 세력들이 으레히 그렇듯이 이들도 대다수 국민들로 부터 환심을 사기 위해 서민계층들의 잠재적 적(敵)이거나 질시의 대상인 소수의 상류층 부유층 지식층 사람들을 골탕 먹이거나 모욕하는 정치를 폈다.
소위 고발창구라는 걸 만들어 놓고 고발된 사건을 다룬다는 구실로 많은 사회저명인사나 인기인들을 구속수사 했는데 그게 표적수사요 표적징벌이라는 인상이 짙었다.
  그 가운데는 장안에서 유명했던 산부인과 의사 한(韓)모 박사도 끼어 있었는데 의료보험 환자를 차별 했다는게 이유였다. 그때의 분위기가 어찌나 삼엄했던지 의사단체는 물론 누구도 그를 변명해 주기 위해 나설 생각을 못했다.
  아니,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던가 특히 개업이라도 하고 있던 이라면 누구던, 자기가 환자를 다루던 동안에 그들에게서 사소한 원한이라도 산 일이 아주 없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가 고발 당하지는 않을가를 걱정하며 전전긍긍 하기에 바빴다.
  이런 살얼음판의 세월을 하루하루 영위하고 있는 중에 이번에는 새로운 날벼락인 국보위 명령이 관할보건소를 통해 떨어졌다.
  모든 개업의사들은 날자별, 지역별로 조를 편성해서 영세민 집단 거주지역을 순회하면서 "병은 있으되 돈이 없거나 거동이 불편해서 병원에를 갈 수 없는 환자들"을 찾아내서 호별방문 치료해 주라는 것이었다.
  고금동서에 그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이 어처구니 없는 호별방문 무료진료 명령은 모든 개원의들을 분개하게 했지만 아무도 대놓고 불평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당시의 국보위보사분과위원회 모 실세인사와 선이 닿는 한 의사가 있어 기어코 철회하게 만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해방 후 얼마동안 검정가방을 옆에 끼고 「채권이나 증권 삽시다!」 「엽전이나 동전도 삽니다!」 하고 외치고 다니던 행상꾼이 자꾸 연상되면서, 왕진가방을 옆에 끼고 「아프신분 나오세요! 무료로 치료해 드립니다!」를 외치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대저 군사정권시절의 국정이 모두 그랬듯이 보건의료정책도 다분히 급진적이고 명령하달식인 것이 많았는데, 그건 어쩌면 저들이 연대장, 사단장 등 군대 지휘관 시절에 수하의 위관(尉官) 군의관을 다루던 버릇에서 연유했음이 분명하다.
                                (문집「회갑인생,  96. 6.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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