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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鍼) 유감

  의사 중에는 침(鍼)이나 뜸(灸), 또는 한방(漢方) 이야기만 나오면 펄쩍 뛰는 사람들이 있다.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그 실 침이나 뜸 등이 학문적으로 체계를 완전히 잡지 못한 때문에 그 논리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부정만 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데가 많다.
우선 우리의 두서너 세대 이상의 조상들이 의식주 다음의 기본 생존 요건인 의료(醫療)를 어디에 의존하며 살아왔나를 돌이켜 보면, 그렇게 한마디로 무시해 버릴 수 없는 너무 오랜 역사와 수많은 경험방(經驗方)들을 이어온 것이다.
  또 침구(鍼灸)의 시술자들이 운위하는 14經(경) 365穴(혈)이며, '氣(기)'등이 어떤 것인지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이며 황제내경(黃帝內經), 사암침(舍岩鍼) 등이 무엇인지를 내가 잘 모른다거나, 현대의학을 공부한 우리의 과학적 개념으로는 잘 납득할 수 없다고 해서 모두 허무맹랑한 것이라고 우길 수도 없다. 오히려 충분한 근거나 연구 없이 반박하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도 침마취하에 수술을 성공하였다느니 침으로 색맹.색약(色盲.色弱)등을 완치시켰다느니 하면서도 그 기전(機轉)은 커녕 확실성 조차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마치 본거지인양 쳐드는 中共에서도 초보적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또 최근에 美國의 어느 조사단이 보고한 자료에서도 단지 15%에서만 침이 유의한 동통감소를 가져 왔다고 한 점 등은 침이 아직도 철의 장막같은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셈인데, 그러기에 이러한 사실들이 앞으로의 더 깊은 연구를 위한 작은 실마리가 되지 않겠는가도 생각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日本, 西歐 여러 나라, 美國 등 세계의 곳곳에서 많은 현대의학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연구 실험해 오고 있는데, 이들 모두를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속에 용해되어 이어온 이 신비의 학문을 좀 더 애정을 가진 눈으로 바라보고 그리고 거기에 깊은 관심을 쏟으며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협조와 성원을 보내고 싶다.
  美國의 심장학자 화이트(Paul Dudley White) 박사가 몇 해 전에 中共엘 다녀와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뉴스위크지 72.8.14자> 「鍼이 세계에서 제일 좋은 술기(術技) 이라면 수천년 동안 국한된 지역을 벗어나지 못했을 리가 없고, 반대로 아무 쓸모없는 것이라면 지금까지 계승되어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무엇이라고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려우나 <거기에는 무엇인가가 있다(There is something in it)>」고.
  나는 이 말에 무한한 애착과 미련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마치 현대과학이 아직도 신비의 영역에 묻혀있는 영혼(靈魂)의 문제나 비행접시 등을 추구하듯이 우리 가까이에 있는 최대의 신비-鍼도 우리의 손으로 구명(究明)되어 이 땅에서 빛을 내게 되기를 기대한다.

                                      (수필집 「의미있는 기」, 77.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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