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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유천지(別有天地)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李太白의 칠언절구(七言絶句) 詩 中에 이런게 있다.

   山 中 問 答            산중에서의 문답
問 余 何 意 棲 碧 山     어째서 푸른 산중에 사느냐 물어봐도
笑 而 不 答 心 自 閑     대답도 없이 빙그레, 마음이 한가롭다.  
桃 花 流 水 杳 然 去     복숭아꽃 흘러 물 따라 묘연히 갈 새
別 有 天 地 非 人 間     인간세상 아닌 별천지에 있네.

              <중국 고전 한시인 선 ① 李太白 (장기근 편저) 62페이지>

  요즘 같은 생활환경 속에서 살아가자면 이 시에 나오는 분위기를 상상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누구이던 잠깐만이라도 좋으니 일손을 놓은 약간 여유 있는 시간에 이 시를 읽어보고 그 경지(境地)를 머릿속에 그려 본다면 흐뭇해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그중 몇몇은 그런 생활환경을 동경해 마지않을 것이다.  
  지붕 밑에만 들어서면 긴장과 핍박의 연속이요, 울타리만 나서면 각가지 공해가 엄습하는 현대 생활환경 속에서 잠시만이라도 이런 분위기를 상상해 보고 또 흐뭇해 할 수 있다는 것은 人間만이 보유한 특권이 아닌가.
  우리네의 일상생활이 시간에 쫓기고 돈에 몰리며 명예와 지위에 급급하다보면 이 시가 일러주는 경지 따위는 아주 잊어버리고 사는 게 보통이지만, 앞에 말한 것과 같은 아주 작은 자극만으로도 곧 일깨워 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근본적으로 인간이 그 심연(深淵)속에 지니고 있는 이상향(理想鄕)은 어쩌면 바로 이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의 경지일지도 모른다.
  비록 현실에서는 처자가 매어 달려있어 먹여 살려야 하고 이웃과 동료가 있어 명예를 허술히 할 수 없으며, 사회와 인류를 위하여 무엇이던 이바지 할 수 있는 일에 게을리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꾸며야 할 이상향이 어떠한 것인가, 그리고 우리가 언제인가 안주해야 할 땅은 어떤 곳인가 조차를 잊고 지낸다면 그처럼 어리석고 가난한 이도 없을 것 같다.
  설혹 우리의 힘이 그에 미치지 못해 안간힘만으로 끝난다손 치더라도 우리에게는 힘을 모아 노력함으로써 한발자국이라도 더 다가설 수 있는 지혜가 있고, 상상의 날개가 있어 아무 때고 그곳에서 노닐 수도 있으며, 또 언제인가 우리가 이 세진 속을 벗어나는 날에는 새소리가 교향악을 이루고 복사꽃잎이 물가에 일렁이는 한 폭의 동양화속 푸른 동산에 묻힐 수도 있을 터이니 말이다.

                                          (의사신문 [행림소필], 7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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