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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속」의 추억

  요즘에 「우산 속」이라는 상호를 붙인 경양식집 등의 간판이 시내 곳곳에서 눈에 뜨인다.
  아마 이 「우산 속」이라는 낱말이, 어딘가 아늑하면서도 낭만적인 느낌을 주고 있고, 또 우산 밖에서 포근히 뿌려지고 있는 빗줄기가 커-텐을 드리우듯 우산 속의 공간을 외계와 차단시켜 둘이만의 은밀한 세계를 만들어 줄듯 한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나는 이 「우산 속」이라는 낱말을 발견할 때마다 내 나름대로의 추억이 회상되어 스스로 흐뭇하고 즐거운 감정에 빠지곤 한다.
  하마 15년쯤 전의 일이다.
  나는 나의 외과 수련의 기간이 끝나갈 무렵에 양손에 떡을 쥐고서 장차의 배우자감을 골라야 할 입장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나는 아직 상대방들과 한두 번씩 밖에는 만나지 않았던 때라 서로를 잘 알지 못했고 또 겉보기 판단만으로는 쉽게 우량을 가릴 수도 없었는데 그렇다고 동시에 두 쪽과 교제를 진행 시킬만한 배포조차도 없었다.
  내가 이렇게 나의 신상문제로 해서 고심하고 있을 때에 나를 늘 아껴주던 K선배는 나에게 이런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나도 한때 같은 직장의 두 여성과 동시에 아주 친하게 지내던 적이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직 우리는 장래의 문제까지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셋이서 함께 외출을 하던 중에 노상에서 갑자기 소낙비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때 두 여인은 각기 우산을 펼쳐 들었는데 빈손이었던 나는 어차피 어느 한 쪽에 끼어 들 수밖에 없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날 내가 신세를 지게 된 쪽의 우산 속 여인이 지금의 내 내자가 되었어요.
거의 무의식적이고 순간적인 동작이었지만 무엇인가는 더 당기는 데가 있었기 때문 이었던 거죠. 그때의 감정이나 이유를 말로 다 표현 할 수는 없겠지요.”
  나는 K선배의 도움말을 듣고 한 쪽 손의 떡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인연이었던지 그때 쥐고 있던 다른 쪽 손의 떡이 지금의 내 집사람이 된 것이다.
  이런 일로 해서 나는 그 「우산 속」의 조언(助言)이 내 뇌리에서 가셔진 적이 없었고 또 지금 나의 가정생활도 꼭 「우산 속」에서의 포근함처럼 아늑하고 흐뭇하게만 느껴지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이제는 멀리 떨어져 사는 K선배지만 이렇게 때때로 눈앞에 어른거리면서 나에게 즐거운 추억을 건네주고 있으니 그 또한 흐뭇한 일이다.

                                         (의사신문 [행림소필], 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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