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321 추천 수 2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적극적 치료

  우상복통(右上腹痛)을 반복해서 앓고 있는 어떤 친구가 내게 와서 그 대책을 묻길래 나는 일견 담도질환(膽道疾患)의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우선 병을 확인하기 위한 몇 가지 절차를 제시해 주었었다.
  그런지 얼마 후에 들으니, 그는 그의 반복된 고통을 이겨낼 수 없어 시내의 모 종합병원에 입원하였었는데, 초진시에는 거의 분명한 담석증(膽石症)이라 하였다가 입원한 뒤에 이를 확인하려고 시행한 제 검사와 몇 차례의 X선 특수촬영 등이 이를 뒷받침 할만한 긍정적 결과를 보이지 아니하자 그대로 퇴원시켰다는 것이다.
  퇴원시의 병원측의 결론은, 담석증(膽石症)과 췌장염(膵臟炎)의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나 뚜렷이 감별할 수 없다면서 술은 물론, 육류와 지방분 있는 음식 등은 모두 삼가라는 것이었다 한다. 말하자면 위의 두 질환 중 어느 것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도 회피하도록 지시 받았던 것이다.
  그러고 나니까 이 친구는 일상생활 하는 중에 몹시 괴롭고 불편한 경우를 자주 당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내게 전화를 걸어서는 「맥주 한잔 정도는 어떠냐?」 「계란 들어간 음식도 피해야 하느냐?」 「곰탕 국물도 먹으면 안 되느냐?」 「언제까지 이러고만 살아야 하느냐?」는 등 그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나이 이제 40남짓에 위에 말한바와 같은 여러 가지 금기사항을 평생토록 이행해야 한다는 것은 실로 비참한 일이다. 비록 인간이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위해 먹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으로부터 이 먹는 자유를 빼앗는다면 염세(厭世)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나의 대답은 비교적 간단한 것이었다.
  「자네의 여생(餘生)은 적어도 20년 이상 남아있네. 그동안 자네가 식생활의 대부분을 제한 받는 불편을 감내하면서 여생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여-심지어는 섭식제한(攝食制限)을 스스로 파기하여 병의 상태를 다시 유발하여서라도- 두 가지 병 중 어느 쪽인가를 확인하고 그리하여 그 원인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 여생을 보낼 것인가는 전혀 자네의 자유의사에 달려있네」-등.
  얼마 전 나는, 위절제술(胃切除術)을 받은 동료 의사를 문병 갔다가, 그의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이 X선이나 내시경검사 상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여 고식적 치료에 충분히 적응되는 상태임을 확인 받았으나 그간의 고식적 치료가 너무 오랫동안 제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어왔기에 스스로 절제(切除)를 결심 했노라는 그의 말을 듣고 깊이 느낀 바도 있었던 것이다.

                                       (의사신문 [진료실주변], 77.5.1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57 [심영보 수필집]"네오 히포..."抄(12): 별 유 천 지 (別有天地) 심영보 2007.05.13 1396
4056 Sarah Brightman 의 앨범...Very Best of 1990-2001 김 혁 2007.05.18 1314
4055 Serenade, Op.6 - Enrico Toselli, 1883~1926 김 혁 2007.05.19 1180
4054 [심영보 수필집]"네오 히포..."抄(13): "우산 속" 의 추억 심영보 2007.05.20 1400
4053 [심영보 수필집]"네오 히포..."抄(14): 디스크 전문의 심영보 2007.05.27 1482
4052 향기로운 글과 단아한 삶 皮千得, 그의 詩 2편 2 이태식(9) 2007.05.31 1752
4051 Dana Winner 모음 37곡(연속 또는 개별 듣기) 김 혁 2007.06.02 1714
4050 [심영보 수필집]"네오 히포..."抄(15): 며느리와 딸 심영보 2007.06.04 1422
4049 우리 가곡 35곡 연속 / 개별 듣기 김 혁 2007.06.10 1316
» [심영보 수필집]"네오 히포..."抄(16): 적극적 치료 심영보 2007.06.13 1321
4047 흥겨운 Latin Dancing Music(12곡) 김 혁 2007.06.17 1445
4046 [심영보 수필집]"네오 히포..."抄(17): 어머님의 사인 심영보 2007.06.18 1538
4045 庚午會 소식[남재(南齋)] 김 혁 2007.06.19 1437
4044 마스카니의 명곡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이태식(9) 2007.06.23 2009
4043 [심영보 수필집]"네오 히포..."抄(18): 나의 취미는 여행 심영보 2007.06.24 1453
4042 바이얼리니스트 장영주 (Sarah Chang)[동영상] 2 김 혁 2007.06.26 1503
4041 나폴리의 소렌토 해안 / 돌아오라 소렌토로 김 혁 2007.06.26 1584
4040 3 Tenors in Los Angeles / 축배의 노래 외[동영상] 김 혁 2007.06.30 1798
4039 [심영보 수필집]"네오 히포..."抄(19): 동해안 자전거 여행 심영보 2007.07.01 2043
4038 비발디- 여 름 / 쥴리아노 카르미뇰라 & 정경화[동영상] 김 혁 2007.07.01 1511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229 Next
/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