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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사인 (死因)

  나의 어머님은 내가 7살이던 해에 돌아가셨다. 빨래하시던 중 옷에 꽂힌 바늘에 손끝을 찔리셨는데 그대로 빨래를 계속하신 때문에 그 상처가 곪으면서 균이 온몸에 퍼져 패혈증(敗血症)이 되었고, 당시 서울에서 손꼽히던 K외과병원에 입원하여 수혈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치료 받았지만, 일제말기의 극심했던 물자난과 그 무렵의 의학수준 등으로는 더 이상 어쩔 수없이 그만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의 우리의 의학수준이 어느 정도 였었는지를 회고해보면 가히 불가항력이었을 거라는 짐작도 간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모든 질병치료가 의학적 기술이나 약제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 혹시 무엇인가 미흡한 게 있지는 않았었는가 하고 아쉬움을 품게도 된다.
  『의사로서의 최선』 바로 그것 말이다. 최선의 성의와 노력이 포함되지 않은 진료는 그 진가가 발휘되지 않음을 우리는 늘 경험해 오고 있지 않은가. 기술, 약제, 기재 등 어느 모로나 현대의학의 첨단을 가고 있는 미국(美國)의 한 종합병원에서도 거기 근무하고 있는 간호원들을 상대로 여론을 조사해보니, 그들의 40%이상이 병원 측에 책임이 있는 사망 례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고, 또 그들 자신이 병에 걸리더라도 그 병원에서는 진료 받지 않겠노라는 불신감을 표시한 경우가 상당수에서 있었다니, 이러한 사실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는 의사로서 마땅히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직업상 필연적으로 환자의 사망을 흔히 겪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아주 면역이 되어서 무감각해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많이 죽여 본(?) 의사라야 명의가 된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最善」의 의료행위가 선행된 경우에만 해당된다.
  만에 하나라도 진료에 있어서 소홀함이 내재되어 있으면 최고의 기술도 최신의 양약도 그 위력을 나타내지 못함은 물론, 그 결과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너무도 참혹한 것으로 둔갑하고 만다.
  실례는 일일이 쳐들 필요도 없다. 모정(母情)을 잃고 자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고뇌와 때로는 불우 속에서 헤매 이는가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늘 듣고 볼 수 있지 아니한가.
  나는 확신한다. 나의 어머님께서는 의사의 「최선의 손길」을 입고 운명하셨을 것이라고. 그리하여 나의 현재(現在)가 있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의사신문 [진료실주변], 77.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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