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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봉급과 물가

  北京 아시안게임(1990년)에 몰려갔던 한국 사람들 중의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그곳 朝鮮族 동포들에게 1백 달러(약 7만5천원)짜리 미화(美貨)를 쳐들어 보이면서 「당신들의 석달치 봉급」 이라고 자랑인지 조롱인지를 해댔다는 민망스런 얘기가 있었다.
  미화 1백 달러가 중국 돈으로는 5백5십元에 해당하고 대부분의 그곳 근로자의 월급이 1백50~2백元이니까 계산상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체제가 다르고 경제구조가 다른 그곳에서 두 나라 화폐의 가치를 그렇게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앞에 든 예의 돈 자랑은 경망한 행동이었다 할 수 있다.
  이 나라에서는 대개의 부부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한가정의 월수입은 보통 3백元 이상인데, 이 돈으로 그곳의 보편적 가정단위인 1자녀를 둔 3인 가족이 기본적 생계를 영위하는 데는 아무런 불편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쌀 1kg의 값이 6~7角(10분의 6~7元/우리 돈으로 치면 81~95원)이어서 우리식의 쌀 1가마(80kg)이래야 50元(7천원)쯤 밖에 안하는 셈이므로 우선 기본적인 호구(糊口)에 한 달 수입의 아주 일부밖에 들지 않고 아파트 등 주택사용료도 월 10~20元에 불과 한데다 자녀의 학비는 아예 무료이니 말이다.
  더구나 은퇴한 노년의 부부도 각각 그가 일하던 때의 봉급의 80~100%를 그대로 받고 있으니 생활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자녀에게 의지할 필요도 없다.
  다만 칼라 TV 한대의 값이 2천元(자국산)~4천元(외국산)씩 이나 하는 등 이런 고급 사치품들은 혼수용품이나 될망정 모든 국민이 가질 수 있는 형편은 못되어서 보다 격상된 문명향수(文明享受)나 여유 있는 문화생활(文化生活)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듯 기본적인 생계와 의료(질병치료)와 노후가 보장되는 체제, 모든 국민이 골고루 최소한 이상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체제가 그 나라의 사회주의(社會主義) 체제라면 그 체제의 우열은 어쨌든 나름대로의 장점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런 체제적 또는 구조적 차이를 가늠할 겨를이 없는 대부분의 방문객들에게 의아하게 그리고 어딘가 좀 기분 나쁘게 생각 들게 하는 것은 자국민과 외국인을 차별해서 물건 값이며 각종 요금을 받고 있는 점이다.
  맥주 1병 값이 다르고 기차운임이 다르며 박물관. 고궁. 공원... 입장료가 다르다. 그저 조금 더 받는 정도가 아니고 보통 5~10배는 더 받고 있으니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마 외화(外貨)를 조금이라도 더 우려내려고 그러는 것이려니...라고만 여길 뿐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원가개념이 없는 사회주의 체제하의 그 나라에서 국가가 근로자에게 월 1백50元 정도씩 밖에 보장해 주지 못하면서 그들이 그 돈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생필품의 가격과 각종 요금을 최하한선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통제를 통해서 얻어진 여유로 노년의 무노동 인구(無勞動 人口)도 먹여 살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 나라에 땡전 한 푼의 세금을 낸 적도 없고 나라살림이나 경제운영에 추호의 기여도 한 바 없는 외국인에게는 정책적으로 크게 낮춰져 있는 가격과 요금의 혜택을 누릴 자격이 없는 게 오히려 당연한 것도 같다.
  미국에 가서 공부해 본 사람들이 주립대학이나 공립학교의 경우 그 주(州)의 주민들에게서는 싼 학비를 받으면서 다른 주에서 유학 온 학생에게서는 더 많은 학비를 받는 사실을 쉽게 이해하는 것을 보면 중국의 대외국인 차등물가정책(對外國人 差等物價政策)도 그렇게 불쾌하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제나라 국민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한다고 해서 모든 외국인에게 까지 무상으로 교육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서울의대 [동창회소식], 9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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