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의 인연
우리 같은 문외한은 연극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애초에 인연을 만들어준 극단[현대극장(現代劇場)] 덕분에 우리 내외가 지난 15년여 동안이나 이 극장 저 연극을 따라다녔지만 이날 이때까지 마찬가지다.
연극을 구경하다가 졸기 일쑤요, 기껏 다 보고 나서도 그 멧시지가 무언지 가늠하지 못하는 때가 비일비재하다. 겨우 해야 참 재미있었다느니 시시했다느니 어느 배우가 인상적이었다느니 ... 정도의 관극감상을 우리 끼리나 서로 나눠 보는데 그나마 그게 보편적인 의견인지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다.
어쩌다 다 보고나서 무언가 가슴에 와 닿는 게 있었다고 느꼈던 프로가 뒤에 무슨 상이라도 타거나 롱런이나 리바이벌이라도 하면, 아이구 - 그걸 안 봤으면 어쩔 뻔 했나 하고 내심 다행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한해 한 두 번 쯤 있는 게 고작이다.
글쎄 - , 이만 정도의 감정적 보상(補償) 때문에 연극과의 연(緣)을 끊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 그럼 [현대극장]이 우리 내외에게 무슨 주사라도 놓은 걸까...?
(연극 「길 떠나는 가족」 공연 팜프렛, 9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