듕 여인과의 재회
옛날 군대시절(1966~67년)에 월남 붕타우의 이동외과병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 몇몇이서 작년 연초에 부부동반 월남여행을 갔었다.
모두들 각자의 옛 추억을 되새기는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었겠지만, 나는 특히 지난 30년 동안 소식을 주고받아 오던 그 당시의 내 환자 듕(Dung)여인과의 재회가 가장 기대되는 것이었다.
듕 여인은 식도협착으로 우리 병원에서 ECG수술(식도결장위문합술)을 받고 그 추적관찰과 합병증 치료 때문에 대대로 인계받는 외과군의관을 가족처럼 따랐는데, 3대째인 내 때 문합부위 협착증세가 와서 성형술을 추가로 시행해준 때문에 나를 늘 생명의 은인이라고 일컬었었다.
그는 붕타우세관의 부세관장으로 있는 사위와 딸 그리고 외손자 남매를 앞세우고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왔다. 우리는 호텔 로비에서 마주쳤고 서로를 금세 알아봤다.
30대 후반의 젊은 부인이었던 듕 여인은 많은 파란과 연륜을 감추지 못한 채 쪼글쪼글한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그는 감격에 찬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우리는 얼마동안을 로비에 앉아 대화를 나눴는데, 그는 내내 내 손을 잡고 놓지 않으면서 자기 집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졸랐다.
그는 그 당시 대대로 그를 돌봐주던 역대 외과군의관들 박시 킴(金), 박시 쇠(崔), 박시 배(裵)등의 안부를 묻기를 잊지 않았다.
(문집 「회갑인생」, 96.6.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