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강영호(故 姜永鎬)박사에게
영호야!
이 무슨 억장 무너지는 소식이냐?
뭐가 그리 급해 그 토록 서둘러 이 세상을 떠난단 말이냐?
넌 우리들 누구보다도 젊고 힘이 있어서 누구보다도 맨 나중에 가야 할 몸이 아니었더냐?
네가 그토록 몹쓸 병에 걸리고도 그 병을 잘 이겨내며, 거의 평상시처럼 병원일도 보고 환자도 진료하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도 하길 fp, 너의 의연함과 투병 정신을 감격스레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게 웬 청천벽력이냐?
이제 네가 일하던 이 한일병원의 많은 식구들은 더 이상 너의 원만한 통솔력과 인화력을 대할 수 없게 되고, 너를 따르고 배우던 많은 후배의사들은 더 이상 너의 해박한 전문지식과 지도이념을 전수 받을 수 없게 되고, 네 주위의 우리들 많은 동료. 친구들이 더 이상 너의 그 유머, 그리고 때로는 순진하기까지 하던 좌중담론을 접할 수 없게 되고, 아니 그 보다도 매일처럼 너를 대하지 않으면 하루의 삶에 의미를 줄 수 없는 네 아내와 네 자식들이 더 이상 너의 인자하고 온후한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으니 이 어찌 슬픈 일이 아니냐?
그래 주말마다 교회에 찾아가서 마음속으로 그리던 천국을, 그걸로도 모자라서 이제 아주 영원히 찾아갔단 말이냐?
그래 천국에도 골프장이 있다더냐?
네가 그토록 좋아하고 또 즐기던 골프를 거기 가서도 칠 수 있겠느냐?
아니 그 보다도 우리처럼 어울려 치면서 함께 즐길 골프 친구들이 있겠느냐?
더구나 그날그날의 스코어에 일희일비하면서도 목욕 후의 맥주 첫잔을 그토록 맛있어 했거늘, 그래 천국에도 맥주가 있다더냐?
아니 그 보다도 우리처럼 어울려 마시면서 함께 담소할 맥주 친구들이 있다더냐.
영호야!
인생이 무상한 줄을 어느 누가 모를까 마는, 속세를 얼른 벗어나는 것이 천국에 먼저 이르는 길이라면 너는 우리들 누구보다도 앞서서 해탈을 한 게로구나.
이제 너 없는 한일병원, 너 없는 병원 산부인과, 너 없는 우리 골프모임, 아니 그 보다도 너 없는 네 집안이 얼마나 쓸쓸하고 황량할 까는 불문가지인데, 네가 먼저 득도해서 천국으로 간다니 우리 모두는 슬픔을 접으련다.
먼저 가거든 천국 양지바른 곳에 페불비치 못지않은 멋진 골프장 하나 차지해 놓고 날이면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클럽을 갈면서 우리를 맞을 준비를 해 다고.
너를 잃은 슬픔을 안은 채 우리 모두는 경건한 마음으로 너의 명복을 빈다.
심 영 보 (沈 英 輔) 호곡
(95.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