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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를 지망하는 너에게
  
  대학 진학을 앞둔 네가 진로문제를 의논하려고 나를 찾아 왔다가 허탕치고 돌아갔다니 대단히 미안하다. 너처럼 학업 성적도 우수하고 재질이 뛰어난 사람이 장차 의사가 되고 싶어 한다니 내가 벌써 네 선배라도 된 것처럼  반갑구나.
  네가 나를 만나서 듣고 싶어 했을 얘기들을 여기 글로 몇 자 적어 보내니 앞길에 참고하기 바란다.
  네가 의사가 되려고 한다면 너는 우선 몸이 남달리 튼튼해야 하고 성격도 끈기 있고 인내심이 강해야 할 것이다.
  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에 고등학교 때보다도 더 꽉 짜여 진 학과과정을 견뎌내지 못하고 중도에 낙오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고, 여느 대학에 비해서 적어도 2~3배는 더 드는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낙오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입학 동기생의 거의 반수는 졸업 동기생이 되지 못하는 게 의과대학생의 통례이니 말이다.
  또 대학을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합격 하면 일반 의사가 되지만 임상경험을 더 쌓아 전문의까지 되려면 다시 4~5년의 수련기간을 거쳐야 되는데 이 기간 중의 박봉과 고된 의국생활 그리고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의 어려움은 차치하고라도 애당초에 수련의로 선발되는 일부터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이니 어려운 일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이런 10~11년의 학업. 수련기간과 병역 3년까지를 마치면 너의 나이는 적어도 34세가 되고, 따라서 2~3명의 가족을 거느린 가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 때 부터 너는 비로소 학문에 뜻을 두든 봉직에 몸을 담건 아니면 개업가에 뛰어들든 너의 소신대로 의욕에 찬 의사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생활은 점차 안정되어 갈 것이고 직업에서 보람도 찾을 것이며 때로는 주위로 부터 존경을 받거나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비록 환자를 돌보느라고 밤잠을 못자며 고생을 하면서도 기쁨을 맛볼 수 있고 오래 전에 잊었던 옛 환자로부터 보은의 뜻이 담긴 정표를 전달받고 감격해 할 수도 있으며 기기묘묘한 인가사의 갖가지 단면들을 겪으면서 새로운 인생철학을 터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의 생활이 이렇게 긍정적인 일로만 이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아무런 인연도 없는 이의 죽음 앞에 함께 슬퍼해야 할 때가 있고 공연한 오해 때문에 죄 없이 괴로움을 당해야 할 때도 있으며 또 때로는 잠깐의 실수나 판단착오 때문에 평생을 두고 지우지 못할 악몽에 시달릴 수도 있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대부분의 이런 고뇌들은 보다 큰 보람으로 상쇄하며 견딜 수 있다는 특혜가 있어서 다행일 뿐이다.
  그리고, 의사를 지망하는 너에게 끝으로 한마디 덧붙여 둘 것은 네가 한 사람의 의사가 되어서 활동할 만한 시기인 향후 15년쯤 뒤의 의사의 지위에 관한 것으로, 지금의 불비한 의료제도와 의료 체제가 지속된다고 전제할 때 의사의 사회적 위치는 다만 의료를 다루는 특수기술자에  불과해져서 평균 질도 얼마간 하락되고 따라서 지금정도의 존경도 명예도 누리기 어렵게 되고 또 수입이나 생활수준도 그저 중상정도의 일반 봉급생활자에 머물러 오직 보람을 먹고 사는 천직의 직업인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사대부고 교지 「선농단」, 87년 2월 발간, [졸업생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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