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에 본 美國](7) 디즈니랜드 (하)

by 심영보 posted Jun 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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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에 본 美國](7)

  디즈니랜드(하)



  그때 나를 안내하며 부지런히 앞장서 가던 닥터 차가 내 팔을 끌어당긴다.
  『여기는 이 정도로 지나치면서 눈요기만 하면 되네. 아직 봐야 할 더 멋진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있다네. 이제 겨우 7분의 1구획을 보았을 뿐일세.』

  메인스트리트와 이어진 중앙광장에는 그 북쪽 편에 중세기 유럽의 성채를 본뜻 듯한 모습의 「잠자는 미녀성(美女城)」이 우거진 수풀 속에 우뚝 솟아 있어서 이것이 바로 디즈니랜드의 상징이며 관문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주위를 돌아보니 사방의 시야에는 하늘에도 땅에도 그리고 물의 위아래에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가지각색의 놀이시설과 구경거리들이 꽉 들어차 있고
그 사이사이의 공간과 통로에는 남녀노소 인종의 구별이 없는 원색 발랄한 형형색색 옷차림의 관람객들이 온통 붐비고 있어서 눈은 초점을 잃을 정도이고 구경은 어디서부터 해야 할 것인지 판단이 가지 않을 지경이다.

  안내서를 들춰보니 디즈니랜드는 1백50만평 규모의 타원형 구역인데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상으로 7개의 구획으로 나뉘어서 입구 쪽의 메인스트리트로부터 탐험의 세계, 뉴오리언스 구역, 곰의 나라, 미개척의 세계, 환상의 세계, 미래의 세계가 차례로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안내서보다도 백배나 충실한 가이드와 동행이었던 나로서는 이곳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답사했는지 잘 분간해 낼 수조차 없다.

  단 한군데라도 더 보여주려고 서둘던 닥터 차에게 이끌려 종일토록 따라다니며 둘러본 것만도 헤일 수 없이 많았는데 다 또 그것들은 모두들 한결  같이 환희와 감탄과 경이의 연속이었으니 어쩌면 이 유람 동안에 내 얼은 몽땅 빠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 중에서 몇 가지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도록 인상에 남아 있는 것들이 있으니
그것은 2백여 가지 새와 꽃과 열대 티키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폴리네시안 낙원의 황홀한 <티키 룸>,
보트를 타고 열대의 정글과 온 세상 곳곳의 이국풍지대(異國風地帶)를 여행하여 각종 밀림동물 등을 구경하는 <정글 유람>,
스페인해를 주름잡던 해적들의 잔해를 돌아보는 난폭한 모험항해인 <카리브 해적>,
9백99개의 진땀나게 무서우면서도 흥미 넘치는 귀신이 득실대는 <유령의 집>,
<카누우 탐험여행>, 황야의 야생 쇼 <칸트리 비어 잼보리>, <마크 트웨인 기선 뱃놀이>, <톰 소야 섬 탐험>, <백설 공주의 모험>, <매터혼산의 쾌속썰매타기>,
세계각지의 인형 어린이들이 노래하며 춤추는 황홀한 세계를 배를 타고 유람하는 <스몰 월드>,
원자의 세계를 드릴 넘치게 여행하는 <소우주의 탐험>,
<북극 해저항해>, 그리고 경이의 환상 스크린 영화 <서클 비전 360> 등이다.

  아무튼 거기에는 각 구획마다 그 이름에 어울리는 오만가지 오락시설들이 꾸며져 있어 이곳을 찾은 어느 누구도 하루 이틀에는 모두 구경할 수도 엔조이 할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나고,
그 하나하나는 그 대상이 어린이건 어른이건 남자건 여자건 또는 어느 종족이건을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시공을 잊고 넋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화려하고 정밀하고 신기롭기만 하다.

  아니 남녀노소의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곳 이라기보다는 이 디즈니랜드를 찾은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스스로 소년소녀로 돌아가 꿈과 낭만과 환상으로 충만한 세계 속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곳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적절한 표현일는지 모른다.

  어쨌거나 누가 나에게 「당신이 미국에서 구경한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탐나던 것이 무엇이더냐」 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바로 이 디즈니랜드」라고 대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