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한다는 것은 / 박 용 -
사랑한다는 것은
달려가면 사라지는 환각의 빛
무지개의 발원지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잠시 길을 잃는 일이다.
지도에도 없는 낯 선길을 쫓아가는 일이다.
때로 광막한 어둠과 차디찬 외로움의 수렁을 만나기도 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꿈을 뒤섞다가 만들어진 미완의 형상이다.
필요한 만큼 조형하다 버릴 수밖에 없는 욕구의 상징물
만지다가 입을 맞추다가 마침내 가슴으로 안아보는 장난감처럼,
공허함을 채워 온기를 열망하는 사랑은
끝을 용납하지 않는 사랑은
시간을 잘라 태우는 사랑은
영원을 희구하는 사랑은
어느 날
절벽에 매달려 통곡하는 사랑은
결국 식거나 등을 보이는 사랑은
레드핑크 안개빛 주술 속으로 사라지는
인생의 덧없는 기록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작아지는 일이다.
눈을 뜨면 공복처럼 욕구되는
그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