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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에 본 美國](8)


  라스베가스 (상)




  로스엔젤리스 공항을 이륙한 라스베가스 행 비행기가 항로와 고도를 잡자마자 시야에는 메트로폴리탄 LA의 넓은 녹지대가 끝나면서 바로 모하브 사막의 거친 지표가 펼쳐졌다.

  비행기가 이 사막의 때로는 검붉은, 때로는 흑회색의, 그리고 때로는 엷은 흙빛의 모래물결 위를 지루하게 날아가기 30분쯤 되었을 때 홀연히 오아시스 같은 녹지대가 다시 나타나면서 한줌의 취락이 눈 아래 전개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사막 속에 이룩된 기적의 도시 라스베가스였다.

  넓고 넓은 사막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고립되어 있는, 어쩌면 초라하게까지 보이는 이 작은 한 도시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갖가지 도박과 오락과 흥행, 그리고 불야성을 이루는 휘황찬란한 오색의 네온불빛으로 해서 전 세계 관광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온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가스라니 나로선 얼른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여객기의 문을 나서자마자 숨이 막히도록 온 몸을 감싸오는 뜨거운 사막의 열기며, 잘 정돈되어 있는 넓직한 도로와 그 좌우에 도열해 있는 거대하고 호화로운 호텔들과 그 선전간판들, 그리고 이런 건물들에 비하면 마치 강아지 집 크기로 밖에 보이지 않게 작게 꾸며 놓은 오두막집 모양의 「채플」과 <수분 내 결혼>의 안내판 등이 나의 의구심을 이내 풀어주었다.

  아니 그보다도 숙소로 예약된 호텔 로비에 들어섰을 때 이 도시의 진면목은 더욱 확연히 들어나 있었다.

  이 도시의 호텔들은 어느 것 예외 없이 그 별명에 어울리게 넓은 카지노 홀을 1층에 마련해놓고 있었다.

  그리고 홀 안에 있는 수십 수백 대의 슬롯트머신은 철거덕. 좌르르 레버 당기는 소리와 코인 쏟아지는 소리로  온 홀 안의 꾼들을 자극하고 있었고 여기 화답이라도 하는 듯 룰레와 케노, 빅 씩스, 크랩, 블랙잭, 바카라트 등을 에워싸고 있는 손님들은 여기저기에서 환성과 박수와 비명을 울려대고 있었다.

  국적도 종족도 성별도 연령도 각양각색인 카지노 손님들은 모두가 서로 친구 인양 함께 즐거워하고 서로 격려하고 환호해 가면서 인생의 한 순간을 아낌없이 즐기고 있었다.

  5센트짜리 동전을 넣으며 쨀끔쨀끔 슬롯트를 만지작거리는 이나 1달러짜리 은화를 가지고 뭉텅뭉텅 슬롯트를 당겨대는 이나 어느 쪽도 스스럼없이 나란히 서서 각자의 세계를 엔조이 하고 있었고,
  10센트짜리 칩을 가진 이건 10달러짜리 칩을 가진 이건 한 테이블에 함께 어울려서 게임에 심취하고 있었다.

  라스베가스의 이름이 풍기는 의미의 도박이나 그 도박에서 연상할 수 있는 어떤 불유쾌한 장면도 찾아볼 수 없는 이 「도박장」의 풍경은 이런 데를 난생처음 와보는 나 같은 촌뜨기에게는 여간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또 그보다도 더 놀라왔던 것은 듣던 바와는 판이하게 잭폿을 당긴 슬롯트 위너에게 해당상금은 물론이고 특별히 축하의 선물까지도 더 얹어주거나 거액의 판돈을 맞춘 크랩 위너에게 축배를 건네주는 호스트 쪽 매니저의 자세였고,

  반대로 자기를 상실할 만큼 지나치게 몰두해 있으면서 실패만을 거듭하고 있는 블랙잭 플레이어에게 잠시 머리를 식히고 돌아와서 다시 조인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위로하는 딜러의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