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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에 본 美國](14)


토플리스 살롱



  
  필라델피아에서 뉴욕까지의 약 2시간 남짓 되는 거리를 자기의 링컨 컨티넨탈 승용차로 나를 태워다 준 닥터 K 내외는 헤어지기가 몹시 서운했던지 뉴욕시 중심가의 일부를 안내해주는 것으로 시간을 끌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중앙통 5번가를 따라서 타임스스퀘어까지 걸어내려 갔다가 다시 거슬러 올라 브로드웨이 거리로 돌아오면서 이 시의 번화가, 말하자면 명동 한복판의 밤을 둘러보았다.

  어둠이 이 도시의 모든 공해와 범죄와 추악한 몰골들을 눈가림해 버린 이 거리에서는 오직 유난히 휘황찬란하게 번쩍거리는 네온 불빛들만이 오고가는 뭇 남성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었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나란히 가던 K가 걸음을 잠깐 멈춘 곳은 <토플리스 고고살롱, XXX(트리플 엑스) 라이브 누드 쇼>의 네온이 명멸하는 작은 술집 앞이었다.

『여기 한번 들어가 볼까?』
  K가 돌아다 본 쪽은 의외에도 내가 아니고 그의 와이프 쪽이었으며 따라서 대답은 뻔한 것이었다.

  <아 - 이 좋은 찬스를 놓치다니....... 어쩌자고 밥풀을 달고 나왔던고.>
  원망도 소용없이 결국 이 짧은 순간의 기대는 독신여행자의 호기심만을 잔뜩 자극시켜 놓은 채로 끝나고 그들 내외는 필라델피아로 돌아갔다.

  인종 전시장과도 같은 번화가의 밤거리는 아직도 온통 사람들의 물결로 북적대고 있었고 이제 제지할 사람도 이끄는 사람도 없이 자유로워진 나는 어느새 다시 아까의 살롱 쪽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명색이 뉴욕 구경을 했다는 사람이 라이브 누드 쇼 구경 한번 못하고 돌아왔다 하면 그게 무슨 짝이란 말인가.> 명분은 충분하였던 것이다.

  스테이지 위에서는 한 눈에 보아도 탐스럽고 늘씬한 벌거숭이 미녀 세 명이 음악에 맞추어서 고고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은 8등신임에 분명한 그들의 미끈한 몸매에 팻취 방불한 삼각팬티와 보일락말락한 타이츠를 보텀 한구석에 걸쳤을 뿐 알몸을 통째로 드러내 놓은 모습이었다.

  스테이지의 배경에는 몇 장의 거대한 거울을 온 벽이 덮이게 붙여 놓아 토플리스 댄서의 입체적 율동을 흥치 넘치게 감상할 수 있게 하였고 또 손으로 잡을 듯이 가까이 다가서서 넋을 잃고 올려다보고 있는 취흥 도도한 술주정꾼의 초상화까지도 비춰볼 수 있게 하였다.

  『무엇을 드시겠읍니까?』
  『진토닉 하나.』
  『6달러 50센트 입니다. 선불 바랍니다.』

  음악에 맞춰 전율하는 탄력 있는 볼륨은 박래객(泊來客)의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고, 미녀의 간교한 시선과 미소 동작은 술꾼들을 유혹하기에 분주하였다.

  얼마 동안이나 넋 빠진 모습으로 바라보고 앉아 있었을까...... 웨이터가 다시 다가왔다.
  『더블로 한 잔 더 드실까요?』
  『노 생큐』

  필시 내가 6달러 50센트 어치 이상을 감상하고도 진토닉 한잔만 앞에 놓고 마시는 둥 마는 둥 홀짝 거리고 있는 꼴이 못마땅해서 나를 내쫓으려 하는 수작임이 역연하였다.

  나는 서슴치 않고 일어섰다. 이제는 <토플리스 고고살롱>의 얘기 거리도 하나 더 보탰겠다 나로서도 목적은 다 이룬 셈 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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