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시인의 기도 / 이인평 -
주님,
가난의 참뜻을 깨우쳐 주십시오.
부의 꿈이 아니라
가난한 마음을 바라게 하시어
제 안에 헛것들이 담기지 않게 하십시오.
새벽에, 부활하신 당신이
무덤을 버리고 나온 것처럼
저의 모든 집착으로부터 저를 자유롭게 하십시오.
주님,
당신은 처음과 끝이 한결같으신 분,
모든 생명에게 숨결을 갖게 해 주시고
서로 나눌수록 오히려 풍족하게 해 주신 분.
이 세상의 가난을 천국으로 이어 놓으시고
가난한 삶을 기쁘고 흥겹게 도우시어
영원한 사랑으로 손잡아 주시는 분.
주님,
바로 그 당신을 찬미하게 해 주십시오.
들꽃 같은 미소로 당신을 바라보며
맑고 가난의 화음으로 노래 부르게 하십시오.
당신의 침묵이
온 우주에 가득 찬 것처럼
제 마음에
당신의 기쁨이 가득 차오르게 하십시오.
주님,
가난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하시어
욕망의 부질없음을 깨우쳐
오히려 행복하게 하시고
오직 당신이 주는 품삯으로 풍족하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