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절로 피는 꽃은 없다 / 이 수 -
세상에 저절로 피는 꽃은 없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가슴 터지는 숨결, 한 방울의 눈물이
아름다운 미소로 꽃피게 한다.
샘물은 흐르기만 하여도 꽃씨에겐 젖줄이다
대지의 젖무덤에서 뽑아 올린 모유로
하얀 그늘을 머금고 모질게 모질게 웃으면서
환한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태양은 태우기만 하여도 싹을 튼실하게 틔운다
햇살에 벙글어 향기 쏟아놓고
하늘과 나누는 별과 달의 이야기는
나의 기도처럼 끊이지 않는다.
해지고 달 기울고 별은 눈을 감아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꽃도 시들 때가 있다
어디 앙탈하며 떨어지는 꽃잎을 보았는가?
꽃은 져도 울지 않는다.
*구약성서 창세기 1장 5절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