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또 긴 침묵으로 / 최석근 -
영혼의 나뭇가지
그 끝에 매달려 있는 잎새를 바라봅니다
사막 같이 메말라 있는
세상의 언어들 속에 갇힌 채
음성을 잃어버린 절규가
날개 없이 추락하는 사연으로
목련의 지친 그늘 밑에서 산화되는
꽃잎의 향기에 가슴을 베이고 맙니다
혹독하였던 그리움의 벽을 허물며
진실을 퍼내어 가슴으로 타고 오르려는
마른 뿌리의 통속적인 욕망에
물을 적시지 못한 채
그 현란한 춤을 추지도 못하고
간절한 혀끝도
입맞춤을 허락하지 못하는
꽃그늘의 긴 침묵에
다시 또 기다림으로 서서
고독한 영혼의 나뭇가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