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가을엔 / 박숙인"-
계절마다 편지를 쓰려고
가슴은 충혈이 되었었지
이 가을엔 뭘 써내려갈까
절절한 그리움이
네 속에 숨어있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아, 내보일 수 없는 마음 밖의 말들만 출렁거리니
횡설수설한 어설픔만 바람에 나붓댄다
눈물이 날까 봐 등 뒤로 숨는 햇살처럼
흐린 하늘은 어둠을 퍼내어도
애끓는 가슴이다
곳곳에 깔린 무성한 들꽃에서도
나,만이 간직된 이름으로 불리기를 바라듯이
하물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사람아,
미치도록 그리웠다고 충혈된 가슴을 열어 보여라
그윽한 눈으로
말간 하늘을 응시하듯이
저만큼 서 있는 이에게
두고두고 사랑하겠노라고 쓴
마음의 노트를 펼쳐 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