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께서 오시는 길 / 최 옥"-
당신께서 오시는 길에는
아름다운 꽃도 없고
아름드리 나무도 없습니다
황톳길을 지나고 자갈길을 지나서
이슬 맺힌 풀잎에 하얀 옷자락을 적시며
그렇게 오십니다
별들이 모조리 지상으로 내려온 듯
세상이 아무리 반짝여도
결코 반짝일 수 없는 것들과 인사하며
사람들이 축배의 잔을 준비하는 동안
서로 어깨를 부비는 것으로 행복한
풀잎들과 인사하며
고운 당신은 그렇게 오십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풀잎에 맺힌 이슬을 먼저 사랑하는 일...
반짝일 수 없는 것들에게 눈 맞추는 일...
당신께서 오시는 길로 마중나가는 이는
참으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