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시 눈을 뜰 때 / 홍수희

by 김 혁 posted Jun 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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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다시 눈을 뜰 때 / 홍수희 -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제 더는 내가 너에게 해 줄 무엇이 전혀 없음을 깨달았을 때 그때 비로소 내 안에서 사랑은 다시 눈을 뜨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해가 지고 난 후에야 부스스 눈을 뜨는 등대처럼 깜깜한 풍랑 속을 헤치고 나온 다음에야 어렴풋 실루엣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 이제까지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우웅우웅 터엉 비워버린 내 마음의 쓸쓸한 허공에 다시 또 네가 교교히 차오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랑은 부디 무얼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손끝도 발끝도 꼼짝없이 포박을 당한 채, 잠자코 곁에 있어주기만 하자는 것이다 이제 더는 내가 너에게 해 줄 무엇이 전혀 없음을 깨달았을 때 그때 비로소 내 안에서 사랑이, 사랑이 다시 눈을 뜨기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