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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2 00:02

안개 / 윤동주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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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 

 

 보이면서 아니 보이는 것

붙잡을 수 없길래 붙잡고 싶은 것

텅 비면서 무궁하게 존재하는 것


가지려고 하면 도망치는 것

버리려하면 뒤따라오며 나를 삼키는 것

알 수도 없는 것 가질 수도 없는 것

신의 옷자락인양 추운 내 영혼을 감싸주는 것


가리워진 시야처럼 그득하니 차오른 것

내 청춘 앞에 흘린 너의 덜 익은 입김처럼

기어이 쫓아가면 앵돌아서 나를 버리는 것

빈 들판에 홀로 남게 하는 것


인생도 사랑도

이와 같은 것

 

 

 - 윤동주 -

 

 

 

 

 

 

  

 

 안개 속에 숨다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 류시화 -

 

 

 

 

 

      * 사진 /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 (무심재님)

 

 

 

무진의 안개...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삐잉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혜쳐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수 있을까!

 

 - 김승옥의 <무진기행> 중에서 -

 

 


 

안개..송창식(with윤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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