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공광규

by 김 혁 posted Jul 2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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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 공광규

대나무는 세월이 갈수록 속을 더 크게 비워가고 오래된 느티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몸을 썩히며 텅텅 비워간다 혼자 남은 시골 흙집도 텅 비어 있다가 머지않아 쓰러질 것이다 도심에 사는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도 머리에 글자를 구겨 박으려고 애쓴다 살림집 평수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친구를 얻으려고 술집을 전전하고 거시기를 한 번 더 해보려고 정력식품을 찾는다 대나무를 느티나무를 시골집을 사랑한다는 내가 늘 생각하거나 하는 짓이 이렇다 사는 것이 거짓말이다 거짓말인 줄 내가 다 알면서도 이렇게 살고 있다 나를 얼른 패 죽여야 한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 / 장사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