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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5 15:53

가을 / 고정희

조회 수 737 추천 수 10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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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내 속에 깊이깊이 잠든 그대가 흐르는 바람 저쪽에서 회오리치는 날은 누가 내 혼의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고 간다 비탈길 느릅나무에 불이 붙는다 넋을 박은 가로수에 불이 붙는다 산(山)의 이쪽, 대안의 푸른 욕망을 나부끼는 관목숲에 서서히 번져드는 불, 불길 드디어 산이 불타오르고 그대여, 산처럼 큰 정적이 불타는 10월 오후에 그대 미세한 음성이 불타고 있다 내 핏줄 어디에도 머무를 수 없고 내 혼 어디에도 채울 수 없는 누가 내 모든 어둠의 확을 열고 찬란한 불길을 오관에 켜고 있다 아아, 멀리서 진혼곡 같은 바람이 불산을 흔들고 있다 . . . 詩 /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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