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시면 안될까요 / 김민소
황량한 내 뒤란에
조건없이 찾아주는 햇발처럼
찬연한 아침을 함께 볼 수 없는 인연이라 해도
잔설이 사라지면 산수유꽃 소식이 들리 듯
그냥 그렇게 오시면 안될까요
석양에 물든 강가의 매점에서
자판기 커피나 컵라면으로 허기를 떼워도
哄笑(홍소)를 터트리게 만드는
한 사람이 그대인걸요
늘 웃자라는 허욕을
부끄럽게 만드는 저 들꽃처럼
순백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갈 수 없다 해도
긴 겨울잠을 깨워주는 봄비가 되어
그냥 그렇게 오시면 안될까요
생각이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저잣거리를 떠돌며 흐느적거릴 때에도
마음에 꽃씨를 뿌리게 하는
한 사람이 그대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