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일기 / 이해인

by 김 혁 posted Mar 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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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말 하나를

봄이 오면
작은 화단에 이름 모를 꽃들이나 심어야지. 그리고선 내 맘대로
순이, 덕이, 점례, 끝순이 같은 이름이나 지어 줘야지.
지친 저녁달이 마른 감나무에 걸터앉아 졸 즈음엔
이름이나 한 번씩 불러 봐야지.
촌스러워, 촌스러워, 고개를 흔들어도
흠, 흠, 모른 척 해야지.

그래놓고 나 혼자만
간절한 꽃말 하나 품어야지

당신 모르게,

당신은 정말 모르게
(이시하·시인, 1967-)

+ 봄 일기

봄이 일어서니
내 마음도
기쁘게 일어서야지
나도 어서
희망이 되어야지

누군가에게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

그렇구나
그렇구나
마음이 흐르는
시냇물 소리
(이해인·수녀 시인,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