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향해 피는 꽃

by 김 혁 posted Jul 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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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을 향해 피는 꽃
           
          능소화를 볼 때마다 생각난다 
          다시 나는 '능소화' 하고 불러본다 
           
          두 눈에 가물거리며 어떤 여자가 불려나온다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한번도 본적 없는 
          아니 늘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던 여자가 나타났다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어 나무에, 
          돌담에 몸 기대어 등을 내거는 꽃 
          능소화꽃을 보면 항상 떠올랐다
           
          곱고 화사한 얼굴 
          어느 깊은 그늘에 처연한 숙명 같은 것이 
          그녀의 삶을 옥죄고 있을 것이란 생각 
          마음속에 일고는 했다 
           
          어린 날 
          내 기억 속에 능소화꽃은 
          언제나 높은 가죽나무에 올라가 있고는 했다 
          연분처럼 능소화꽃은 가죽나무와 잘 어울렸다 
          담이라면 그건 목을 빼고 기웃거리던 돌담이었다 
           
          내 그리움은 
          이렇게 외줄기 수직으로 곧게 선 나무여야 한다고 
          그러다가 아예 돌처럼 굳어가고 말겠다고 
           
          쌓아올린 돌담에 기대어 
          당신을 향해 키발을 딛고 
          이다지 꽃피어 있노라고 
           
          굽이굽이 이렇게 흘러왔다 
           
          한 꽃이 진 자리 또 한 꽃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