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128 추천 수 27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기사본문 이미지
           황경춘 씨 / 사진은 10월26일 열린 ‘광복 70주년 現代史 체험수기 현상모집’ 시상식장에서 촬영

을미(乙未)년을 보내며


위정자나 정치인이 지난 한 해를 회고할 때 자주 쓰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판에 박힌 말을 싫어하지만, 2015년은 어느 교수 모임이 뽑은 사자성어(四字成語) ‘혼용무도(昏庸無道)’가 말해주듯 국내·외 정세가 어지럽기만 했습니다.

한 달이 멀다 하고 대통령이 외국 원수를 만나 외교에 힘쓰고, 한국인 UN 사무총장이 세계평화를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스물한 살의 젊은이가 세계 최고의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우승하였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1년 전의 세월호 악몽이 해를 넘어서도 정계를 뒤흔들고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는 여야 정쟁(政爭)으로 국민을 실망시켰습니다. 국제적으로는 IS 테러에 온 세계가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만큼 복잡하고 혼미하게 돌아간 국내·외 정세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주일 후에 93세가 될 제 개인으로선 지난 한 해를 비교적 큰 탈 없이 지냈다고 겸손하게 자위(自慰)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에 큰 걱정 없이 이 해를 넘기는 듯하여 조물주와 가족 및 친지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뜻하지 않게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불면증까지 유발하여, 병석에 눕지는 않았지만 거의 석 달 동안 근심에 잠긴 답답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고, 병원에 입원한 적이 10여 년 전 단 한 번밖에 없었던 몸이라, 상당히 당황하고 가족도 걱정을 하였습니다. 낙천적인 성격인 저도 인생의 정리와 삶의 종말을 종종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지금까지 이런 진지한 생각을 하지 않았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세상에 남길 가치 있는 위인(爲人)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만은 애비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글로 남기고 싶어 가족 카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금년 들어 어느 단체에서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라는 생활수기를 모집하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제가 체험한 일제강점시대와 광복 직후의 혼란상을 알리고 싶은 욕심에, 무모하게도 이에 응모하려고 약 3개월 기억과 기록을 정리하며 컴퓨터와 사투(死鬪)를 계속하였습니다. 다행히 이 용감한 도전이 결실을 보았습니다. 난생처음으로 입선한 글로 상장과 약간의 상금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이 장문의 기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생에 대한 의욕이 새롭게 생기고 건강도 많이 회복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집사람이 지병인 골다공증으로 약간 고생을 했지만, 한 해에 세 번이나 가족끼리 국내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10여 년 만에 제주도도 방문하고 강원도의 비경을 탐방하며, 유원지 풀에서 수영을 하며 건강을 실험해보기도 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100세인생’이란 노랫말처럼, 저승에서 데리러 오면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같은 외신계에서 일한 40년 넘게 친하게 지낸 친구를 비롯해 가깝게 지낸 몇 사람이 올해에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요즘 거의 모든 모임에서 최고 연장자가 되어 쑥스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런 한편, 12월 12일, 12시 12분에 만나 망년회를 갖자는 반가운 친구가 아직도 많이 있어, 금년 섣달도 분주하게 보냈습니다.

이웃 나라에서 12월을 ‘시하스(師走)’라 부를 정도로 위엄을 갖추어야 할 스승까지가 달음질 쳐야할 섣달입니다. 덩달아 이 늙은이도 가야 할 곳이 많았습니다. 어느 토요일에는 두 곳 모임에서 아홉 시간 가까이 자리를 같이하기도 했습니다.

노구(老軀)에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다가, 어느 모임에서 저보다 네 살 연상(年上)이신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강연을 듣고, 한층 더 기운이 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는 노랫말이 또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절제는 절대 잊지 않으려고 명심하고 있습니다. 이 나이에 ‘주책’이라는 형용사가 붙지 않도록 조심조심 처신하여, 즐겁게 병신(丙申)년을 맞이하도록 마음 다짐 하고 있습니다. 결코 무리하지 않고 순리(順理)와 중용(中庸)으로 또 새로운 해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여러 친지의 따뜻한 보살핌에 즐겁게 새해를 맞이하려 합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아이디 이름
3037 외사랑 / 꿈꾸는 별 김 혁 2015.12.31 1319 hk3039 김 혁
3036 누군가 그랬었지 / 꿈꾸는 별 김 혁 2015.12.28 1110 hk3039 김 혁
3035 사랑 / 詩 김용옥 김 혁 2015.12.27 1216 hk3039 김 혁
3034 나의 기도 / 박은주 김 혁 2015.12.27 1067 hk3039 김 혁
3033 눈 내리는 날 / 香氣 이정순 김 혁 2015.12.27 1289 hk3039 김 혁
» 을미(乙未)년을 보내며 김 혁 2015.12.26 1128 hk3039 김 혁
3031 년륜의 지혜만큼 좋은 글 김 혁 2015.12.26 1324 hk3039 김 혁
3030 눈 내리는 날 / 香氣 이정순 김 혁 2015.12.25 1231 hk3039 김 혁
3029 인생의 정답은 김 혁 2015.12.23 1416 hk3039 김 혁
3028 꿈은 꼭 이루어 집니다 / 김홍성 김 혁 2015.12.22 1236 hk3039 김 혁
3027 건강하고 좋은 생각에서 / 김홍성 김 혁 2015.12.21 1374 hk3039 김 혁
3026 성숙한 사랑 / 은향 배혜경 김 혁 2015.12.21 1385 hk3039 김 혁
3025 왜 자꾸만 보고 싶은지 / 운성 김정래 김 혁 2015.12.20 1331 hk3039 김 혁
3024 너무 좋은 생활정보 모음 김 혁 2015.12.16 1461 hk3039 김 혁
3023 고전(古典)의 구사(九思) 김 혁 2015.12.16 1445 hk3039 김 혁
3022 물소리 바람소리 김 혁 2015.12.13 1086 hk3039 김 혁
3021 80을 앞두고 되돌아보는 登山과 人生 김 혁 2015.12.10 1380 hk3039 김 혁
3020 좋은 생각 행복한 모습으로 김 혁 2015.12.09 1208 hk3039 김 혁
3019 삶의 길에서 바라본 인생 김 혁 2015.12.09 1349 hk3039 김 혁
3018 이보게 친구 살아 있는게 무언가 김 혁 2015.12.07 1456 hk3039 김 혁
3017 Hello by Adele, (spanish) 소백산 2015.12.02 1487 t0 소백산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8 Next
/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