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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5 23:25

다산의 봄노래

조회 수 939 추천 수 19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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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봄노래



   춘분이 지났으니, 이제 분명 봄은 왔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추위가 싫어, 빨리 봄이 오기를 그렇게도 기다렸건만, 봄은 올듯 말듯 하고, 꽃샘추위까지 엄습하여 봄이 더욱 그리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동장군의 힘이 세더라도, 시절은 어찌할 수 없는 것, 이제는 완연한 봄볕이 대지 위에 가득 내려 쪼입니다. 이쯤이면 우세휼민(憂世恤民)의 세상 걱정도 조금 내려놓고, 움츠렸던 몸이라도 쭉쭉 펴보면서 봄맞이의 기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조그만 마을에 배꽃이 하얗건만
깊은 산에는 진달래 붉었네
천천히 돌 비탈 풀길을 따라
안개 낀 강으로 낚싯배 다시 찾네

    村小梨花白立
    山深杜宇紅然
    徐從石磴樵路
    還訪煙磯釣船

   「검단산(黔丹山)의 꽃구경」이라는 제목의 6자(六字) 시 한편입니다. 다산의 고향마을 소내[苕川] 가까운 검단산(黔丹山)으로 봄꽃을 구경 간다는 내용의 시입니다.

모정에 모두 모여 봄 술잔 기우릴 제
버들 언덕은 작은 다리 곁에 있구려
비에 젖은 이파리 노란 듯 푸른 듯
안개 속 나뭇가지 고요타 다시 흔들리네

    茅亭會酌春酒
    柳岸前臨小橋
    雨葉如黃似綠
    煙條乍靜還搖

   「수구정(隨鷗亭)의 버들 구경」이라는 봄노래입니다. 나라를 개혁해야만 망하지 않는다고 국가와 사회 전체를 통째로 고치고 바꾸자던 개혁가 다산, 사상가이자 실학자이던 그는 시심이 발동하면 순정의 서정시도 무척 많이 읊었습니다. 타락하고 부패한 탐관오리들의 횡포에 시달리던 불쌍한 백성들의 삶에 분노를 금치 못할 때에는 격정을 못 이겨 혹독한 비판시를 서슴없이 읊었던 다산, 때로는 그렇게 아름답고 고운 시를 읊기도 했습니다.

 

  일방적으로 한시(漢詩)는 5자(五字)나 7자(七字)시가 주를 이루었는데, 다산은 색다르게, 4자 시, 6자 시를 지어, 자신의 감정과 자연의 모습을 실감나게 읊기도 했습니다. 「소천사시사(苕川四時詞)」라는 제목으로 고향 마을 근처의 풍광을 ‘상심낙사(賞心樂事)’로 여겨 시를 읊었습니다. 봄에서 겨울까지의 4계절에 맞춰 시절에 맞는 풍경을 곱고 아름다운 13자의 시어로 노래했었습니다.

  1962년 다산 탄생 200주년을 맞아, 북한에서는 다산을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열렸고, 그때 여덟 명의 학자들이 여덟 분야로 나눠 다산의 학문과 사상을 조명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신구현이라는 북한 학자는 「다산 정약용의 창작과 문학적 견해」라는 논문을 발표했었는데, 그 논문에서 신구현은 “시성(詩聖) 정약용의 고상한 사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다산에게 ‘시성’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부여했던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시인들에게 명예로운 호칭을 붙이면서, 두보는 시성(詩聖), 이백은 시선(詩仙)이라는 경우는 많았지만, 우리 조선의 시인으로 그런 호칭을 받은 사람이 없는데, 유독 다산에게 ‘시성’이라는 호칭을 부여했던 것은 그만큼 다산의 시가 훌륭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론(異論)이 있겠으나 분명 다산은 뛰어난 시인이었습니다.

  「소천사시사」는 다산의 나이 25세 무렵의 시로 보이는데, 서울에서 과거공부에 힘쓰다가 봄날 고향 마을을 찾아 아름다운 풍광에 마음을 기울이고, 정말로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봄의 경치를 읊었던 점이 참으로 싱싱하게 느껴집니다. ‘비에 젖은 이파리 노란 듯 푸른 듯’이 얼마나 멋있는 표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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