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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4 23:13

잔소리의 미학

조회 수 1025 추천 수 2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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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의 미학...

 

 

30여 년 전, 제가 강원도 양구에서 군 생활을 할 때는 한 겨울 날씨가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 많았습니다. 아침에 내무반으로부터 30m 떨어진 세면장에서 찬물로 머리를 감고 내무반까지 뛰어오면 그 사이에 머리에 고드름이 얼었습니다.

 

거짓말이라고요? 아닙니다. 그때는 정말로 그렇게 추웠습니다. 그 당시 우리부대 중대장님이 육사를 졸업하신 분이었는데 얼마나 군기를 세게 잡던지 계곡물의 얼음을 깨고 차가운 물에 입수를 하는 것은 밥 먹듯이 하였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만 겁이 나지 그 일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사실 겁도 안 납니다.

 

나중에는 중대장님이 계곡물 속에 들어가라고 하면 ‘그런갑다’하고 팬티만 입고 그냥 들어갔습니다. 세상의 겁나는 일은 먼저 겁을 먹으니까 힘이 드는 것이지 '죽기야 하겠어?'하며 부딪히면 사실 아무 것도 아닐 때가 훨씬 더 많은 법입니다.

 

그때도 저는 새벽에 보초를 서기 위해 나갈 때나 동계 야외훈련을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내복을 입지 않고 군 생활을 했습니다. 어지간한 추위에는 적응을 잘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는 가끔 겨울에 바다 수영을 합니다. 저는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은데 사람들은 제가 그런다고 하면 난리입니다. 미쳤다고. 그런데 저는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약간 춥기는 하지만 그 잠깐을 가지고 사람이 얼어 죽지는 않거든요.

 

사실은 엊그제 1월 1일에 새해 해돋이를 보면서 바다수영을 하려고 친구들과 계획을 짰었습니다. 올해 새해 아침의 해돋이는 남면의 안도에서 보기로 했는데 그 때 거기서 새해 아침에 일출을 보며 바다수영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심한 감기몸살 때문에 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릅니다. 제가 이렇게 한 겨울에 굳이 바다수영을 하려는 까닭은 겨울에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면 정신까지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치고 게으르고 느슨해진 영혼까지도 흔들어 깨울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겨울이 가기 전에 겨울 수영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저는 가능하면 남들보다 약간은 춥고 배가 고픈 상태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그래야 사람이 조금은 긴장을 하면서 살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가 추워봐야, 내가 배가 고파봐야 춥게 사는 사람들과 배가 고픈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렇게 살아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은 날마다 쓰는 글에다가 제가 입에 발린 소리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주위 좀 살펴보면서 살아야 한다고. 이렇게 말만 그럴싸하게 하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 사람을 어찌 사람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춥고 배가 고픈 상태로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저의 숙명이라면 저는 그렇게 살려고 합니다. 조금 춥다고 해서 얼어 죽는 일 없고, 조금 배가 고프다고 해서 배가 고파 죽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되었지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이러한 생각을 늙어 죽을 때까지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복 얘기를 하다가 말이 여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추위에는 나름의 내성을 갖고 있는 저이지만 봄날 같은 요즘에 저는 내복을 입고 삽니다. 지금 감기에 걸려 호되게 고생을 하고 있는 처지라 체면을 따질 형편이 아니거든요.

 

의사인 친구는 체온이 건강의 열쇠라며 한 겨울에도 늘 가볍게 입고 다니는 저에게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며 무지하게 잔소리를 해댑니다. 체온이 1℃ 떨어지면 면역력이 얼마가 떨어진다는 둥.... 모두가 고마운 말입니다.

 

제 주위에는 이렇게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중의 으뜸은 아내의 잔소리입니다. 아내의 잔소리를 들으며 제가 지금껏 성장할 수 있었고, 그 잔소리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내의 잔소리는 저를 키우는 잔소리입니다.

 

그 다음의 잔소리꾼은 친구들입니다. 밥 때를 놓치면 때 놓쳤다고 잔소리를 하고, 조금 무리를 하면 일 좀 그만 하라고 잔소리를 해댑니다. 그리고 제가 뭔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친구들이 저에게는 꽤 많이 있습니다. 어느 때는 마치 시어머니 같은 놈들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의 잔소리꾼은 저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많은 분들입니다. 엊그제는 어느 자리에서 강연을 했는데 강연 중에 저의 잘못된 버릇이 몇 개 나왔나 봅니다. 강연하는 그 자리가 저에게 조금 편한 자리였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강연을 듣고 계셨던 선배님 한 분이 그 다음 날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잘못된 습관 몇 개를 꼭 고치라고 하면서요. 제가 강연 중에 저도 모르게 “내가”라는 표현을 사용했나 봅니다. 그 표현을 다음부터는 “제가”로 바꿔서 사용하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강연 중에 “왕따”란 단어는 “집단따돌림”이라고 표현해야 맞는 말이고, 강연 중에 “검지 손가락”으로 청중을 향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손바닥 전체를 펴서" 가리키는 것이 좋다는 충고를 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충고가 어찌 보면 가벼운 것 같지만 저에게는 참 소중한 충고입니다. 이러한 지적이 없으면 저도 모르게 나쁜 행동을 반복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결국에는 청중들에게는 나쁜 영향이나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이거든요.

 

이렇게 제 주변에는 저를 꼼꼼하게 챙겨주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이 계십니다. 제가 조금만 어긋나면 바로 지적이 들어옵니다. 물론 제가 많이 부족해서 그러하기도 하겠지만 저를 다듬어 주기 위해 일부러 해주시는 말씀이라는 것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지적이라는 것은 사랑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그가 잘못을 하든 말든 굳이 말해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지적뿐만 아니라 알게 모르게 저를 챙겨주시는 분도 많이 계십니다.

 

어느 때는 눈물이 날만큼 고마움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엊그제도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주위 분들로부터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고 사는 사람입니다. 요즘 들어서 그러한 생각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듭니다.

 

아무 것도 아닌 저를 이렇게 아끼고 챙겨주는 분들을 뵐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 감사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사는데 제가 어찌 게으르게 살고 나쁜 생각을 하면서 살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요즘 하루하루를 사랑하는 마음에 물들어 살아갑니다.

 

오늘은 김용택 시인의 “내 사랑은”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아름답고 고운 것 보면
그대 생각납니다.
이게 사랑이라면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지금 나는 빈 들판
노란 산국 곁을 지나며
당신 생각합니다.

 

이게 진정 사랑이라면
백날 천날 아니래도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것을 보면 생각나고, 맛있는 것을 보면 생각나고, 뭔가 있으면 같이 나누고 싶은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그 사람에 대한 사랑 때문일 것입니다. 주위에 그런 사람이 몇 사람만 있어도 그 사람의 삶은 행복한 삶이겠지요.

 

봄 같은 겨울이 쉽게 느껴지겠지만 아직 겨울이 죽지 않았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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