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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저 보지 못 한것에 대한 갈망                    청초   이용분

    천만 뜻밖에 큰 아들이 큰 볼박스를 택배로 보내 왔다. 열어보니 그 속에는 내가 그토록 갖기를 원했던 박경리의 '토지' 한질 21권이 들어 있다.  언제인가 전에 내가 쓴 글속에 썼던 평생 소원을 이루게 해 주려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선물이다. 나는 너무 흥분을 하여 며칠 동안 들뜬 기분이 되어 지냈다.

    그 애는 컴퓨터워드판을 느닫없이 새로 사 들고와서 갈아 준다. 지금까지 쓰던 것도 그 먼저 워드 판에 내가 우유를 쏟는 바람에 바꾼지 얼마 안된 것이다. 다니러 와서 써 보더니 "이걸 바꿔야 되겠네" 혼잣말을 하기에 "그것 바꾼지 얼마 안돼." 하고 극구 말렸것만 이미 손에는 삼성워드판 새걸 사들고 와서 바꿔주는 것이다.
    "요새는 이런 건 소모품이에요" 한다.

    어쩌랴. 바꿔주니 쓸 수 밖에. 아들이 돌아 간다음에 써 보니 역시 새 워드판이 부드럽고 너무나 좋다. 먼저 것은 특히 'ㄱ'자가  잘 안찍혀졌다. '과' 자를 쓰려는데 ㄱ자가 안찍어져 'ㅘ' 가 되기 예사였는데...

    그 아들은 수요일이면 시간을 내어 가능한한 찾아와서 우리 부부와 함께 점심을 하고 내 컴퓨터의 상태, 프린터에 잉크는 잘 나오나 점검을 해준다.  바쁜중 시간을 내니 걱정이 되어 물으면 "부모님 하고 짧은 시간 점심 먹으러 오는 거에요" 하며 문학 공부를 하러 가는 나를 버티고개까지 태워다 주고 간다.

    차를 함께 타고 강변로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한강 물을 내다 보면서 달린다. 살면서 힘든 이야기 세상 돌아 가는 이야기등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간다. 정말 편리한 세상이라 차를 운전하고 가면서도 수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처리할 일을 연락하면서 전혀 지장 없이 능수능란 일을 해 내면서 간다. 때로는 아침에 제가 할 일을 처리하고 오느라 길이 맊혀 내 수업시간에 좀 늦기도 할 때가 있지만 선생님도 이미 이를 알고 용인하신다.

    아이들을 키울 때에는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올 바른 책한권을 사 보지 못했다. 그 시절에도 나의 독서에 대한 원초적인 열망 때문이었는지 약국 같은데 갔을 때 공짜로 주는 '건강의 벗' 이라는 선전지라도 들고 와서 쉬는 시간 틈틈이 읽고 그 갈증을 해소하고는 했다. 시장에 가다가 행길 바닥에 늘어 놓고 파는 내용은 같지만 상대적으로 값이 싼 최신판 책들을 주로 사보기도 했다.

    큰아이가 대학입시를 보게 됐을 무렵에는 입시에 논술시험을 보게 되었다.그 당시 거금 십만원어치의 책을 한꺼번에 사들여 놓아서 장서가 되었는데 실제 아들아이는 그 책을 읽을 겨룰이 없던 것이다. 입시 공부하는 옆에 앉아서 내가 그 책을 몽땅 읽어 버렸다. 그때 읽은 책들로는 한국대표 단편문학전집등을 골고루 모두 설렵 하였다. 그때 만난 작품들은 김동인 이광수 이효섭 염상섭 현진건 등 한국의 초기 문인들의 모든 작품을 망라 접할 기회를 갖었다. 아들아이가 공과대학을 들어 가고나니 그 책은 모두 내 차지가 되었다.

    그 후 새로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오니 방이 네개나 된다. 남편은 햇볕이 환하게 비치는 남향 밝은 방에 책장을 새로 사서 넣어 주며 나만의 서제를 만들어 주었다. 세 아이들을 키울때에는 내 서재를 따로 갖는다는 것은 꿈속에서도 이를 수 없었던 일이다. 그간 그럭저럭 모여있는 책들을 책장에 빼곡히 꽂아 정리 해 주면서 글을 쓸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 당시 나는 오십대 후반 무렵인데 이제 이렇게 늦은 나이에 무슨 책꽂이를 사서 새삼스러히 서재를 꾸미고 하느냐고 반신 반의 하며 받아 들였다.

    그러나 그게 모르는 사이 기폭제가 되었는지 나는 그 서제에서 컴퓨터로 꾸준히 마음 편안하게 글을 쓸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전주에 있는 망내 아들이 와서 보고는 다 좋은데 엄마 책상이 너무 헐고 좁다며 멋있는 최신형 책상을 사서 보냈다. 마침 다니러 왔던 딸은 혼신의 힘을 다해 책상을 조립해서 제 자리를 찾아 넣어 주며 나를 독려한다. 지금까지 쓰던 책상은 아이들이 새로 사는 바람에 퇴물이 된 컴퓨터 책상을 아깝다고 물려 받아 쓰는 걸 본 망내가 그리 한 것이다.

    남편은 글을 쓰는데 절대 방해가 되는 일은 조심한다. 오히려 서재문을 꼭 닫아 주면서 커피나 녹차를 끓여다 주며 좋은 글 글쓰기를 독려한다. 글을 쓰는 시간이 따로 정해 있는게 아니다. 밥을 먹고 설겆이도 미처 하지 않고 바로 컴퓨터 앞에 앉기도 한다.

    생각 날때 재 빠르게 써 놓아야만 된다. 보이지도 잡을 수도 없는 글감은 옛날 '아라딘의 등잔' 속에서 나타나는 연한 연기속 하인 처럼 잠간 사이 기억속에서 스르륵 스쳐 사라져 버리기 일 수이기 때문이다. 잠을 자다가도 잠결에 메모를 해 놓고 자던가 아니면 컴퓨터 방으로 가서 고치기도 하고 쓰기도 해야 한다. 이런 저런 글들을 쓰다 보니 어느 날 아래에 쓴 글을 쓰게 되었다.

                 가저 보지 못 한것에 대한 갈망.

               "트리그네프의 첫 사랑" 을 미처 읽기도 전에
                그냥 그렇게 세월은 가 버렸다.

                박경리의 " 土地 " 한 질을 갖기를 원했건만
                그도 가져보지 못한 채

               눈이 그만 어두워져
               이제는 소용이 없게 되어 버렸다,

               요사이는 "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 "을 읽었는지.
               " 안톤 체홉의 短篇集 " 을 읽었는지가
                문제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항상 배고픈 아해 처럼
                읽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가저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내 마음속에 상존 해
                항상 도사리고 있어...

                낭만과는 이미 너무나 멀어진 이 나이에.
                어릴 때
                엄마 젖이 모자란 어린 아해 처럼
                항상 갈증을 느낀다.

                젊은 여러분께서도 아이들의 참고서 사주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눈이 좋아서 읽을수 있을때...

                燈火可親 이 좋은 가을날에
                마음에 드는 책을 한권이라도 손에 들고

                자기의 속 마음이 풍요롭게 살 찌우도록
                열심히 읽기를 권하노니...

                나이를 먹으면 좋은 옷을 입어도
                별로 빛이 나지 않듯이

                곱고도 고왔던 비단 수실이
                그 세월에 좀이 먹혀서 ...

                예쁜 색갈들이
                하루하루 빛이 바래 버려서 ...

                모르는사이
                어느날
                그 본 바탕의 색갈마져
                희미해져 버리듯이...

                젊은 날
                우리의 마음을

                 그토록 낭만에 빠져들게 하던
                 그 愛戀한 감성이 그만 사그라져 버려....
                 안타깝기만 하다.

                 어째서 그럴까 !!!

                 그것은
                 우리의 삶이 이미 소설 이상으로
                 드라마틱했기 때문이리라.

                                                     2002년 11월 9일

    이 시를 읽은 후로 큰 아들아이는 잊지도 않고 엄마에게 책을 사주려고 벼루고 별렀나 보다. 나는 이미 노안으로 눈이 어두워져 그 책을 모두 읽어 내기에는 자신이 없어 그간 사주려 할 때마다 항상 거절을 하여 왔었다. 이 시를 쓴지도 이미 팔년이 넘어 갔으니 나는 그 간절 했던 갈망도 까맣게 잊혀져 가 버렸다.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은 내용도 어떤 것이었는지 이제는 가물가물 하다. 작년에서야 그 아들이 사서 보내준 '트르그네프의 첫사랑'을 읽고 드디어 그 로망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

    그간 나이 들어 눈도 나빠지니 책을 읽을 염을 통 못 가졌다. 작년 2009년에 백내장 수술을 한후 오히려 눈은 다시 밝아져 몸의 형편은 나아졌다. 하지만 박경리의 소설 '토지' 는 전질 21권이니 작은 산더미?만 하다. 마치 소중한 보석을 얻은양 기쁘기는 하지만 나는 난색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우선은 고맙다고 말은 하면서도 '이걸 언제 다 읽지...' 내심 즐거운 비명이다.
    이제 소설 '토지'를 읽으면서 예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을 때 처럼 다시 이 서정적이고 토속적인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아야겠다.

    요즘 들어서는 여기저기서 문인들이 쓴 자전적인 수필 문집을 많이 보내주고 있다. 내 머리 맡에는 언제나 읽을 거리가 풍성하고 수북하게 쌓여 있다. 식물이 자랄 때 실뿌리를 뻗어 이곳 저곳에서 자양분을 골고루 취해 실하게 자라듯이 무슨 작품이든 읽어 뜻이 깊은 글을 쓰도록 끊임없이 노력을 경주 해야한다. 좀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어 근간(根幹)을 삼아야 되겠다는 각오를 한다. 나는 요즘 아주 부자가 된 기분이다.

    그 중에서도 그 무엇 보다 소중한 것은 가족간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다. 모든 독자들이 나의 글을 읽고 난후 마음속이 따뜻 해지는 느낌이 들었다면 그것은 정말로 성공적인 글이라는 생각을 요즈음 들어 더욱 절실하게 생각하게 되기 시작했다.
                                                     

                                               2010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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