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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사람
VIP주소로 표시하기이용분<yblee211@naver.com>
받는사람
<yblee211@naver.com>
 
 

종종 지하철을 타 보시나요?               청초  이용분

헐레벌떡 떠나기 전 이번 걸 타려고 뛰어 왔다.
"에레베이타" 버튼은 누르셨나요?" "아니유 우린 시골에서 와서 잘 몰라유^^ "
이들 두사람은 정말 시골 사람인 듯 하다. 우선 눈동자가 순후하다.
여기것은 사람이 타서 누르면 바로 떠나는 게 아니라 20초 정도를 기다려야
움직이는 구조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다.

떠나기 직전 겨우 탄 사람이 모르고 닫음 버턴을 누르면 이미 눌러 놨는데 왜 또
눌렀냐고 당장 먼저 타고 있던 사람들이 아우성들이다. 어떤때는 좀 심하다 싶게
무안을 당한다. 어디 사람들의 성질이 다 같을수가 있겠는가.또 누르면 다시
20초를 기다려야 되기 때문에 누구든 신경질적으로 닫음 버튼을 누르는 걸 싫어한다.
당장 떨어진 불 벼락 같이 험한 세상 인심에 멋도 모르고 한방 얻어 맞는다.

그런데 이 사람들들은 이런저런것도 모르고 엘레베타의 편리함만을 알고 그냥
타고 있었던것 같다.
"고속 터미널에 가려는데 어떻게 가면 되어유 ?"
", 이걸 타고 내려 가셔서 건너편에 가면 슬슬 기어 올라가는 에스카레이타를
타면 됩니다. 이 사람들이 '에스카레이타'라는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을까 싶어
다시 "카레라이스' 라는 건 아시죠? 그런식으로 된 영어 이름이에요."

바쁜 중에 매표창구 앞에서 표를 타려고 하면 대부분은 얼굴 보고 순순히 내어 준다,
그중 옛날 일제 강점시 형사처럼 서늘하게 생긴 한 매표직원은 누구든 보면 척 알
만치 늙은 노인들에게 그연히 주민 등록증을 보자고 한다.당장 매표창구 앞은
주민등록증 찾는 노인들의 당혹함에 분벼지게 마련이다.요새 전시도 아닌데 길가는
중에 불심검문을 당할 일도 없으니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다닌다는 건 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나는 비교적 이를 잘 가지고 다니는 측이지만 어떤 때는 좁은 핸드백속에서 이 증
()이 숨어서 잘 안 보일때에 마음은 급한데 그 안타까움이란 ....마음 속으로 제것을
주는것도 아닌데 어찌 저리 까다롭게 굴까... 과잉 충성이다. 살면셔 자기도 매사에
저런 까다로움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뿌린대로 거두게 마련인게 세상사이니까....

비좁은 전철을 겨우 탄다. 어쩌다 운이 좋은 날이면 유모차를 타고 있는 아기를 보게
된다.험한 이 세상에 강림한 천사같은 예쁜 아기와 눈마춤을 하면 마음이 해맑아져서
공연히 기분이 좋아 진다. 정말로 요즈음은 아기 구경하기가 어렵다. 어쩌다 멀정한
젊은이가 경노석에 앉아 있는걸 보게도 된다, 그런데 아기를 갖은 임신부라는걸 알
경우 황공하여 얼른 시선을 피한다. 예나 지금이나 아기를 낳는 일은 소중한 일이다.
그래도 우리가 젊은 시절에는 아기를 갖은 일은 조금 민망해 하기도 했는데 세상 정말
몰라 보게 좋아졌다.

그 안에서는 가지각색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주로 경노석에 앉게 되는데 자기의
목적지에 닿아 내리면 바로 앞에 서서 잔뜩 기다리던 사람이 앉아 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먼곳에 선 사람을 일부러 불러 지목하면서  인심 쓰듯 "여기 앉아서 가세요."
자리 물림을 하고 내리는 사람이 있다. 아는 사이도 아닌것 같구먼 아니 자기가 사
가지고 온 자리도 아닐텐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지목해 주고 갈게 뭐 람 ?
마침 몸이 아파서 병원에라도 가는 날이면 어이가 없어 은근히 원망이 간다.

지하철이 한가한 날 우연히 젊은 아이들 옆에 앉아 갈 때가 있다. 열에 아홉은
모두 리시버를 귀에 끼고 옆 사람에게도 들릴 정도로 음을 크게 해서 듣고 간다.
저렇게 하면 고막에 무리가 생겨 난청이 된다는데...
"이봐요 학생 그렇게 크게 틀면 귀가 다 망가진 대요."
상대방을 봐 가면서 손주 같은 아이면 충고도 불사한다.

어떤 젊은 아가씨가 전자 오락기인지 옛날 이차대전 때에 하던 무선타자 치듯이
손가락으로 탁탁탁 신경질적으로 치고 있어 그도 괴롭다.
우리의 가시각도가 180도인지라 안 보려 해도 저절로 시야에 들어와 신경이 쓰인다.

시간이 있으면 하다 못해 요즈음 전국민의 관심사인 영어회화 한 자락이라도 듣고
외울 일이지 어찌 저리 아까운 시간들을 낭비할까?  젊은 날이 얼마나 짧은데...
환승역에 다다렀다.젊은 여자승객 어깨에 고개를 살짝 기댄 채 잠이 든 아주머니,
방송에서는 종점이 다 되었다고 알려도 모르는 모양, 젊은이는 살짝 빠져 자기만
나가 버린다. 어찌 될려나 보고 있던 내가 다가가서 "종점이에요.내리세요." 일러준다.
야속한 젊은이다. 이게 요즈은의 세태다.

눈이 잘 보일때 책 한권이라도 더 읽던가 하면 좋을텐데 요즈음 젊은 이들은 머리
속이 온통 텅 비어 있겠다. 부모슬하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수 있는 날도 그리 길지
않다. 조금 있으면 제가 부모되어 제 아이들의 뒷치닥 거리에 저를 위한 여가는
어디 가고 한숨 돌릴시간이 없는 날이 곧 닥쳐 오련만....
이제 자기의 사무실인양 커다란 소리로 이야기하는 휴대폰 대화 소리는 너나 없이
하도 그리들 해 대는 바람에 차라리 면역이 되었다.
  
한가한 지하철 한 구석에서 젊은이 한 쌍이 두 손으로 서로 얼굴을 쓰다듬으며
드려다 보고 있다. 마치 우리들의 젊은 날에 보았던 "애수"라는 영화속 주인공
'로버트 테일러''비비안 리'가 런던 부리지 위에서 하던 영화 씬 모양,금방
끌어 안고 짙은 키스신이라도 벌릴 듯 해대는 양이란.... 정말 우리 나이 먹은
어른들이 눈을 어디에 두어야 될지 어쩔지를 정말 모르게 한다.

잘못 훈시라도 했다가는 칼침을 맞을것만 같고....
에이 저리해야 그러잖아도 아이를 안 낳아서 백성의 수가 줄어 간다고 목 터지게
외쳐 대는 정부시책에 부응하는 길이 될게 아닐까 하고 다들 눈길을 피해 버린다.
이게 잘 하는 일일까....


                                   200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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