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T.V.에서는 나무묘목들이 심심치않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제 음력으로 따지면 민속 대보름날이 내일 모래로 다가왔다. 요즈음 젊은 世代들은 신경을
써서 음력 보름 날에 오곡밥에 오색 나물을 갖추워 만들어서 먹는 풍습을 지키는 사람들도
드물어 간다.
하지만 마을시장에는 갖가지 들나물 산나물류들을 삶아서 그냥 들기름에 볶고 참기름에 무치면
되게끔 해서 풍성하게 팔고 있다. 보름 나물재료에는 취나물,고사리, 아주까리잎나물,무청을
말려 삶은 시래기나물, 호박 고쟁이,말린 가지,시금치,콩나물, 숙주나물, 들깻잎나물등이 있다.
그중에도 나는 취나물과 아주까리잎 나물은 은은한 그 향기가 독특해서 좋아 한다. 아주까리는
젊은이에게는 생소할지 모른다. 아주까리는 열매로 기름을 짜는데 이를 피마자기름이라 한다.
나물은 그 연한 잎을 따서 삶아서 말려 놓은 것이다.
예전에는 누구든 가을 김장이 끝나면 무청을 다듬어서 볏짚에 엮어서 사는 집 뒤곁에 그늘진
곳에 매달아서 보름 날 쓰일 나물꺼리로 보관해 말리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풍경도 T.V
화면의 시골 풍경에서나 보고는 향수에 젖게 됐다.
부름들도 많이 팔리고 있다. 달달 볶아 고소한 땅콩, 생밤, 동글동글하고 껍질이 아주 딱딱한
호두와 잣...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올 한해 부스럼 나지 말라고 밤도 깨물고 호두와 잣을
다드미돌에 대고 방망이로 깨다 보면 으스러지기 십중팔구라 온전하기가 힘들다.
천신만고 껍질을 벗긴 성한 잣으로는 눈 밝으라고 눈밝이 잣불도 켜들고... 모두 우리들의
아이들을 키울 때 열심히 챙겼건만 이제 아이들이 모두 커서 일가(一家)를 이루고 뿔뿔이
헤어져 살다보니 이런 세시풍경도 남의 일 같기만 하다.
내가 어린시절에는 볏짚 한 뭉치에 몇가닥 볏짚으로 마디를 나이대로 묶어서 횃불을 만든다.
동편에서 음력 대보름 둥근 저녁달이 환하게 떠오르면 뒷동산 언덕에 올라 간다. 어머니는
나를 두팔 품안에 안고 서서 볕짚 끝에 불을 붙인 횃불을 양손에 마주 들고 '달님달님 우리
아이가 올 한해도 무병하고 공부도 잘하게 해 주십소사!' 기원을 하면 어머니가 시키시는
대로 허리 굽혀 절을 하던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그 당시 어린 나는 이게 무슨 미신 같은 행동일까... 하고 남이 볼세라 조금은 멋쩍기도 하고
쑥스럽게도 생각되었다.이제 이 나이에 이르러서야 이런 일들이 우리가 무병장수하기를
바라셨던 어머니의 간절했던 염원이 언뜻 마음에 절실하게 와 닿아서 가슴 한쪽이 아릿하다.
이제 풍속도 너무 많이 변하여서 T.V 에서는 화이트데이니 바렌타인데이니 하고 국적도
불분명하고 우리들의 귀에 생소하기만한 쵸코렛등의 광고만이 우리들의 어린이들에게 익혀
가고 있다. 이와 같은 전래의 우리의 고유 세시풍속들은 머지 않아 모든이들의 기억 속에서도
희미 해 질것만 같다.
웰빙시대를 맞이해서 보통 때에도 잡곡을 섞은 밥은 지어서 먹는 가구들이 점점 늘어 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유수 비행기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는 메뉴로 이들 야채나물들이
주요 재료가 되는 비빔밥이 선정되어 있다.
아침 T.V.에서 보니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프랑스인들의 레스토랑가에서 그들이 아주 좋아하는
메뉴로 우리 불고기와 건강식품으로 이 야채 음식들이 등장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심에 은근히 자랑스럽기도 하다.
요즈음 이런 나물류 반찬들이 만인의 고민인 비만증 해소와 건강식품으로도 서서히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인스탄트 식품으로 잔뜩 중독되다 싶이 길들여진 요즈음 우리 어린아이들에게 일년
중에 하루만이라도 전래 한국의 고유의 음식 맛을 보게 하였으면 좋겠다.
어린 날 그 천연의 맛이 골고루 각인 되어져서 어느 날부터인가 거부감 없이 받아 들여 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음력 대보름 날에
(2013년 정월 대 보름달)
(이글은 몇년전에 실었던 글입니다 요즘은 달력에 조차 음력을 기재한 게 드물어서 그처럼 우리들의 의식 속에서도 정월 대보름날이 언제인지를 모르니 이 날의 의미도 이제는 희미해지는것 같아서 다시 이 시절을 되새겨 보고파서 다시 올려 보았습니다.)